▲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평생교육원장/공학박사

2016년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많은 국민들에게 정치적 화장이 ‘진실의 민낯’으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포장(화장)하여,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길 꺼린다. 필자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중에 국민께 용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지금처럼 거짓을 진실이라고 강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건이 과거에 또 있었을까?”하고 생각해 봤다. 그런 점에서 혹독하고 참담했던 2016년은 역설적으로 국정농단, 정경유착, 그리고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고민을 촉발시킨 고마운 해였다. 한편으론 ‘국가의 민낯’을 통해 국가 개조의 필요성을 많은 국민이 인식하게 한 ‘촛불 민심의 한해’였다.

우리에겐 ‘상식’이 있다. 상식은 칸트(Immanuel Kant)가 말한 것처럼 이성적인 문제 해결이 절망적일 때 언제나 사용되는 피난처이고, 도덕원리를 수단으로 하여 상식을 통해 선악의 판정을 쉽게 내릴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상식이 근래에는 ‘개념’과 유사한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그냥 알아야 하는 것들, 또는 알고 있어야 할 개념들이 상식이다.

최근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와 최순실 게이트는 국가 리더십의 실패와 함께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16년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거짓과 변명, 모르쇠, 기억 상실, 남의 탓을 하는 지도자를 본 한 해였고, 불통과 억지, 무법치주의, 부정과 불신, 책임 윤리가 없는 지도자의 민낯을 본 한 해였다.

교수신문은 지난 한 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성난 민심이 어리석은 군주가 탄 배를 뒤집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군주민수(君舟民需)’를 꼽았다. 나라의 바탕이자 근본인 국민을 이길 수 있는 권력은 없다는 의미이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펼쳐나가야 국민이 편안해지고 나라가 번성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그런 점에서 2017년은 국가적․사회적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을 기회, 뜯어고쳐 새롭게 시작할 기회, 리셋(reset)의 시기가 온 것이다. 리셋은 ICT 분야에서 일부가 과열 현상을 일으키거나 노이즈(noise) 등에 의해 동작이 이상하게 되었을 때 사용한다. 지금의 정치․경제․사회는 원칙과 신뢰의 초기화를 위해서, 그리고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 재정립과 함께 국가 시스템 재건을 위해서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무엇을 리셋하여야 하는가? 지금 리셋은 악재일색의 경제상황에서도, 재점화가 필요한 성장 동력에서도, 정상화 되어야 할 외교에서도, 정치개혁을 토대로 치러야 할 대선에서도, 후진적인 정치문화에서도 필요하다. 그 중에도 정치적 후진성은 지도자의 책임도 있지만, 후진적인 시스템에서도 기인한다. 따라서 이제 대대적인 정치개혁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그리고 이를 통한 국정 시스템의 전반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제대로 된 정치인과 지도자를 뽑는 혜안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7년은 단순히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해가 되어선 결코 안 된다.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모든 정치적・사회적 적폐를 털어내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리셋의 한 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촛불에서 희망을 보았다. 2016년에 드러난 한국의 민낯을 똑똑히 기억하며 변혁을 주문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잠들지 않는 한 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7년엔 혼란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하루빨리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무너진 국정을 정상화하며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리셋의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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