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택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놀라운 변화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아주 귀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 이것은 민족과 역사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역사의 동원령’이 발령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당면 과제다.
 

1. 대통령만 바뀌면 새나라가 되는가?
탄핵이 결정되면 나라는 대선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하나 바꾸려고 1000만 명이 광화문에 모인 것인가? 아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 새로운 세상을 갈망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상은 어떻게 올 것인가? 새 대통령이 나오고, 지금의 국회가 잘 하면 되는가? 아니다. 정치가의 제일 관심은 나라나 민족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과 명예와 정파적 이익이다. 이점은 우리의 현대사에서 여러 번 증명되었다. 새 대통령과 국회에 크게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선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


2. ‘대한민국 개혁기구’가 발족되어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부끄러울 정도로 망가지고 부패해 있다. 질병으로 본다면 고혈압, 당뇨, 위암, 간암, 폐암 등이 중첩된 경우라 하겠다. 따라서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가칭 ‘대한민국 개혁기구’를 발족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촛불혁명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 여러 시민단체의 대표들, 종교계, 학계 등이 포함되면 좋을 듯하다. 각 정당을 대변할 사람도 함께 하면 좋겠다.

이 기구의 임무는 두 가지다. 첫째, 국정 난맥상을 진단하고 적폐를 청산하는, 분야별 개혁 아젠다를 찾아내고 선정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이다. 둘째는 더욱 중요한 일인데, 대선주자들에게 이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들고 당선되면 이를 실천하겠다는 명백한, 불가역적인 약속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이 약속은 이제까지의 빈 공약과는 달라야 하며, 실천하지 못할 경우 대통력직을 사임하겠다는 대국민적 공개 서약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3. 시민의회가 출발해야 한다.
현재의 3권 분립체제는 제 역할을 못했다. 권력기관이 주인인 국민을 섬기지 않고 특권계층, 1%를 보호 육성하는데 몰입한 것이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판검사 등이 국민을 섬기지 않고, 스스로가 귀족이 되고 새로운 신분사회를 만드는데 헌신한 것이 문제다. 따라서 현재의 국회, 행정부, 법원과는 다른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직접민주의적인 국민주권을 실현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 것이 필요하다. 이름 하여 ‘시민의회’라고 하자. 이것은 국회 밖의 또 하나의 국민적 합의기구다.

시민의회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된 사례가 있다. 캐나다, 네델란드, 브라질, 인도, 중국,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등이다. 이들을 참고하여 관련 시민의회법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민의회 의원은 국회의원과 동수로 하고, 지역, 성별,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한 무작위 표본 추출방식인 추첨으로 구성한다. 여기에는 정당, 시민단체, 학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추첨을 통한 의원 구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여러 나라에서 여러 번 검증된 방법이다.

시민의회는 결국 입법, 행정, 사법과 독립되고 이들을 견제하며 국민에게 헌신하는 기구다. 그 임무는 진정으로 국민을 대변하며, 기성의 정치가들이 민중의 의사를 정당하게 반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지역, 정파, 정당의 입장과 이익에 매몰되어 온갖 계산과 흥정에 휩싸이지 않고, 자본과 외세의 압력을 배제하고, 민족과 역사의 입장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일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대한민국 개혁기구’에서 선정한 아젠다를 개혁입법 하도록 하는 것도 시민의회의 일이다.

우선 국가단위의 중앙 시민의회는 시급히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더하여 전국 240여 지자체 단위의 시민의회도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것은 좀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도 좋을 듯하다.

촛불집회는 앞으로도 계속 되는 것이 좋겠지만 무한히 계속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상국민행동’과 온 국민은 주말 촛불집회도 구상하고 참여해야 하겠지만, 대한민국 개혁기구와 시민의회가 구성되도록 지혜와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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