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오랜만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어느날 매산여고 졸업생들과 당시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식사하는 자리였다. 요즘은 어디에 가나 정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한참을 “이게 나라냐?”며 열을 올리다가 누군가 “우리끼리 열 받지 말고 촛불집회 나가 보자”고 말했다. 잠시 생각하다가 “좋다. 토요일에 만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기왕이면 매산여고를 졸업한 다른 동문들도 알 수 있게 깃발을 들고 모이자고 약속했다.

지난 12월 31일 송박영신 촛불집회부터 ‘순천매산여고 졸업생들’을 알리는 깃발이 촛불집회에 올라갔다. 처음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촛불집회 대열에 앉지는 못하고 두리번거리며 분위기를 탐색했다. 옆에서는 강남여고 학생과 교사들이 붕어빵을 구워서 나누는 봉사활동을 했다. “강남여고는 저렇게들 하는데, 우리는 깃발이라도 들고 와서 다행이다”며 의외의(?) 경쟁심이 발동했다.
 

▲ 매산여고 졸업생 여러분~~ 다음 주에도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만나요~~


“집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는 화가 나서 욕만 나오더니, 여기 온께 가슴이 뻥 뚫리고 오랜만에 살아있는 것 같다”

“바람 부는 거리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함께 있으니 진짜 좋다”

서로 자랑스럽고,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다가 “다음 주에도 만나자”는 제안이 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좋다”고 화답을 하고, 1주일이 지나 1월 7일에 다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만났다. 이번 주에는 조금 익숙해져서 깃발을 들고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자유발언도 듣고, 노래도 함께 부르고, 거리행진도 함께 했다.

어떤 교사는 예나 지금이나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추위를 타는 아이들을 챙겼다.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저마다 선한 눈빛이 되었다. 구호를 따라 외치며 거리를 걸으며 한마디씩 나눈다. 집에서 분통만 터뜨릴 것이 아니라, 답답한 마음을 나누고,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것인가’ 고민을 나눴다. 매산여고 졸업생들은 다음 주에도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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