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끄러운 민낯,
청소년에게 직접 듣는다(5)


지난 6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이었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올해 취업했는데, 업무중 사망했다.

지난 2011년에는 영광실고 현장실습생이었던 한 학생이 기아자동차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2년에는 순천효산고 학생 한 명이 울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망했다. 교육과 현장훈련이라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현장실습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지역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현장실습제도의 명암을 알고, 이를 통해 현장실습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 김현주


(지역의 한 특성화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찬수(가명) 학생은 지난해 9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B회사 하청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다. 이 글은 그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계약기간인 12월 31일이 되어 학교로 돌아온 찬수는 겨울방학을 맞아 무슨 일을 할까 고민 중이다. 특성화고 기계과 3학년인 찬수는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졸업인 2월까지 현장실습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계약기간이 짧았다.

학교의 복도 게시판에 붙은 B회사 하청업체의 현장실습생 모집 공고를 보고 담임선생님과 상의한 후 이력서를 냈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5명의 친구들과 면접을 본 뒤 찬수를 포함해 2명의 학생이 B회사 하청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현장실습, 단순 보조업무가 대부분
찬수는 3개월 여의 현장실습을 다녀온 뒤 “근로계약서에 하루 8시간, 주말 휴무, 시급은 최저임금 이상이고, 4대 보험을 포함해서 월 139만 원을 준다고 해 현장실습을 나갔어요”라고 말했다.
주로 하는 일은 B회사에 들어가서 물로 기계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탱크 안에 들어가서 기계의 더러운 찌꺼기를 씻어 내거나, 큰 기계에 페인트를 칠하는 일을 주로 했다. 찬수는 주로 형님들의 일을 돕는 보조작업을 했다.

찬수는 특성화고에 다니면서 주말에 틈틈이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을 맞거나 대형마트의 주차장 관리를 하는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그런데, 현장실습을 다녀온 뒤 “일이 정말 힘들었어요. 아르바이트를 여러 가지를 해 봤는데, 오히려 현장 일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생활하고 행동하는 거랑 사회에 나와서 행동하는 거랑 많이 다르고, 힘든 일에 비해 임금이 적어서 ‘돈 벌기가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찬수가 현장실습을 한 회사는 30여 명의 직원 중 대부분이 20~30대여서 찬수가 현장 실습을 하는 동안, 잘 대해 주었다고 한다. 찬수가 사는 아파트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형님이 살고 있어 출퇴근도 편하게 할 수 있었고, 야간작업은 하고 싶을 때 하라며 의견을 물어주기도 했다.

“업무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하는 찬수에게도 3개월 동안의 현장실습 경험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회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배웠고, 일하면서 공구 이름은 알게 되었어요. 기계 작업도 조금 알게 되어서 도움이 되었어요.”
 

근로기준법 적용되지 않는 경우 많아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해 하루 8시간 근무가 기본이었는데, 종종 아침 7시까지 출근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정식 직원들처럼 수당을 추가로 받지는 못했다.

“10월에 10일 정도 조출(조기 출근)을 했는데, 회사에서 현장실습생 조출은 임금에 포함해야 하는지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10월엔 임금에 포함되지 않았고, 11월부터는 포함되었다”고 한다.
특성화고의 파견형 현장실습생의 경우 당연히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찬수가 평상시보다 일찍 출근해서 일한 시간만큼 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  

찬수는 “일하면서 친했던 스물 네 살 형이 있는데요. 야간작업하고 주말에 일하고 하니까 임금이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았어요. 회사 사장이랑 부장들은 연봉이 1억 원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현장 직원들은 힘든 일에 비해 임금이 적기 때문에 잔업이나 야간, 주말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에 비해 몇 명 되지 않는 관리자들의 임금은 턱없이 높다는 것이 현장실습생 찬수에 눈에 비친 모습이다.


파견형 현장실습 개선방안 필요해
특성화고의 파견형 현장실습을 나간 찬수가 현장실습 기간에 배운 것은 무엇일까?

“담임선생님한테 교실에서 기계 관련 이론을 배운 것과 학교 실습실에서 배운 게 전부이지, 현장실습 나가서 자신의 전공이었던 기계와 관련해서 배운 것은 없어요. 그냥 그 회사 직원들의 보조 업무와 사회생활 경험을 한 게 전부인 것 같아요”

찬수는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순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학교에서 전공했던 기계 관련 학과를 선택해서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우리 반 친구들은 거의 다 현장실습을 나갔어요. 근데 현장실습 갔다 와서 다시 그 회사로 취업하고 싶다는 친구는 거의 없어요. 졸업 전까지 현장실습 나가 일하다가 대부분 대학에 가거든요. 어차피 학교에서 노느니 현장 가서 돈 벌고 졸업 후에 대학가자는 생각이에요”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의 대부분이 찬수와 비슷한 경우이다. 대부분 전공과 무관하지만 취업률로 포장되어 학교는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보내고, 학생들은 찬수와 같은 생각으로 현장실습을 경험한 뒤 모두 각자의 길을 걷는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 학생, 기업이 모두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하거나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 일부 현장실습생이 사고로 죽거나 다쳐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상처받는 이들은 늘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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