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
요즈음 순천시는 순천만 정원박람회 개최기간 동안 많은 회의 등이 개최되면서 연일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오늘 토요일 아침에 순천을 방문하러 오는 친지한테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순천 진입하는데 30분이 넘겨 걸렸다고 한다. 내가 아는 외지의 친지들은 거의 대부분 순천에 다녀왔다고 말들을 한다. 어쩌면 여수박람회보다 좀 더 내실있게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순천만 정원박람회가 이렇게 성황을 이루는 것은 순천만의 명성 때문이다. 순천만을 다녀가 본 사람은 거의 대부분 정원박람회에 일부러 다녀가는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전남의 발전 전략을 생각해보자.

순천만의 자연환경이 처음 알려졌을 때 상당히 생소한 풍경이었다. 예전에 흔하게 보던 갈대밭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다 사라져가고 있는데 이곳에서만 짙은 녹색을 띠며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기 때문에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순천만에 나무 데크를 설치하면서 순천만 갈대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니까 그 아름다움과 정취 때문에 순천만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이다. 전남의 발전을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틈새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전남은 대부분의 모든 영역에서 각종 지표의 성적이 좋지 않다.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이며, 고령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가 가장 많으며, 고령인구의 힘든 노동으로 유지되는 농업은 영세하기 그지없다. 또한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광주, 전북, 전남을 다 합친 호남권은 영남권의 40% 수준이며, 전남 도민 전체가 서울시민의 절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대선에서나 혹은 국회에서 지역 인구수에 따라 투표의 성향이 결정되고 정치적 영향력이 좌우된다. 이제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은 인구수의 위축만큼이나 비례해서 감소하게 될지도 모른다. 삼국시대에서 경기 지역과 충청 지역을 공략하면서 통일을 이루었던 신라가 떠오르는 것은 지역감정의 탓일까. 아닐 것이다. 그만큼 전남 지역이 소외되지 않고 나름대로 행복한 풍요를 이루어야 한다는 소망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러한 간절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전남 지역은 ‘농도(農道)’ 로 알고 있지만 전남의 총 부가가치를 산업 분야별로 보면 제조업이 44%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림어업은 8%에 불과하므로 수치상으로 보면 제조업 중심 지역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가 나타나는 이유는 제조업이 현대 산업사회의 주력업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고용현황을 보아야 한다. 총부가가치 비중이 44%인 제조업이 갖는 것이 비해 제조업 고용인구 비중은 8.9%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기초소재형 중심의 장치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고용유발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지역내 고용이 취약하면 고용을 통한 소득분배효과도 낮으며, 지역의 서비스업 발전도 지체된다.

결국 해답은 산업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 기초소재형 산업의 장점을 살려 이를 가공하는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농업도 강화하고, 어업도 키우고, 여가산업도 성장시키고, 교육문화관련 서비스업도 키우고, 복지산업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한다.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다양성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야 한다.

외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결국은 남의 뒷다리 긁기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전남 성장 전략은 꼴찌에서 순위 따라잡기 전략인데 따라잡기는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줄을 만들어 첫째로 줄서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일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신자유주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로컬을 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사회협동적 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도시재생 전략’ 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전남에서, 아니 작게는 순천에서 이러한 전략을 채택해보는 시험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반드시 성공해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소박한 행복을 선물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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