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난리다. 초등생부터 팔십 되신 어르신까지 한 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친다.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는 한마디로 지금을 한탄하면서, 이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박근혜에 대한 분노 속에는 이런 나라를 만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이 숨어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박근혜의 욕망에 동조하였고, 그보다 많은 사람이 현 시대의 추락을 방관했다. 그러나 이제 시민들은 근본을 뒤집어야 한다며, 손을 맞잡고 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과는 다른 앞날을 그리며 현실을 뒤집는, 지금은 혁명의 시기다. 너무 쉽게 누구나 이 세상을 갈아엎자며, 대낮에 공공연하게 외친다. 잘못되었다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혁명의 시기는 급박하게 변하며, 숨겨왔던 저마다의 본성이 드러나고, 피아가 명확히 구분된다.

시민은 세력을 넓히는 반면, 저들은 분열하고 있다. 촛불의 힘으로 새누리당이 갈라지고 야당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때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자는 함께 할 수 없다. 박근혜의 구속과 공범자들의 처단을 머뭇거리는 자, 그 누구도 우리의 편이 아니다. 여기가 우리의 출발점이며, 그들과 우리를 나누는 경계선이다. 박근혜 일당의 처단이 시작인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는 한번 스쳐가는 대통령이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의 시대적 아이콘이다. 역사적으로는 친일 친미 매국세력의 아이콘이다. 오랫동안 표류하던 위안부 굴욕 협정, 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을 순식간에 처리하였다. 사회적으로는 정경유착을 통한 부패의 아이콘이다. 산업화 이후 부패의 근저인 재벌과 권력자의 야합이라는 그 더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문화적으로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아이콘이다. 소통은 간데없고 알아서 기라는 눈치와 강압이 넘친다. 박근혜 일당의 처단은 한국이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바탕이자 출발점이다.

박근혜 일당의 처단이 출발점이라면 방향은 어디인가? 현 체제는 ‘돈’이 주인인 세상이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 되고, 이명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세월호에 갇힌 목숨이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헬조선인 이유도 돈 때문이다. 양심, 정의, 평화, 행복, 이 모든 것은 돈에게 주인의 자리를 내주었다. 크고 작은 권력에 고개를 조아린 이유도, 불의를 보고 참았던 이유도, 차별이 용납되는 이유도 결국 돈이었다. 돈이 나와 너, 사회와 국가, 세계를 삼켜버린 것이다. 돈의 지위를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서야 한다. 본래의 자리로.

쉽지 않은 길이다. 길은 멀지만 못 갈 리 없다. 광장에 나와 다르지만 같은 ‘나’가 있고, 길 위에 같이 걷는 동무들이 있으니. 우리 촛불이 하나 둘 번져, 도도한 파도가 되고, 회오리바람이 되고, 비킬 수 없는 거대한 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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