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두 주 전 네팔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기독교 NGO에서 진행하는 사업장 모니터링을 위해서다. 5박 6일의 일정을 위해 21명의 방문단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흥미로운 것은 21명 모두 기내가방을 가지고 모였다. 화물을 찾는 번거로움 덜기 위한 게 아니었다. 1인당 배당된 화물 23kg에 맞춰 최대한 더 많은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23kg나 되는 21개의 짐을 카트에 실으니 산더미를 이룬다.

우리뿐만 아니었다. 또 다른 기독교 NGO에서도 우리와 같은 풍경이었다. 서울의 한 교회 역시 네팔 선교지 방문을 위해 많은 짐을 화물로 부치고 있었다. 경상도의 시골교회도 네팔 선교지에 세운 교회를 위해 많은 물건을 가지고 가는 모습이었다.

누가 부자일까? 많이 가진 자인가? 그렇지 않다. 많이 주는 자가 진정한 부자다. 그러면 일본과 한국 중 누가 더 부자 나라일까? 국가경제로 보면 일본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큰 부자다. 그러나 많이 주는 자가 더 부자라는 말대로라면 한국이 일본보다 더 부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일본은 선교하는 나라가 아니다. 대신 우리나라는 2015년 현재 세계 167개국에서 2만 7205명의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선교사들은 단순히 선교만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교육과 의료지원, 소득 증대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활약하고 있다.

선교사들의 활동을 뒷받침할 인적, 물질적 후원은 전부 한국교회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교회가 후원하는 인도 파송 선교사의 경우도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세운 123개의 교회는 제외하더라도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 건물과 기숙사와 구내식당 건축까지 그 모든 비용을 한국교회가 지원하였다. 그 밖에 세 개의 고아원과 한센인 치료센터, 병원 건립은 물론 운영자금까지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의 나눔에 아무런 조건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본은 남에게 줄 생각은 꿈도 못 꾼다. 그들은 어떻게든 장사해서 돈 벌 생각만 한다. 그들은 선교사 대신 세계 여러 나라에 주재 상사원을 파견하여 자신들의 물건을 팔아 이득을 챙길 일에 열렬하다.

얼마 전 일본 선교사와 목회자들이 한국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이 한국에 올 땐 사탕 한 봉지를 들고 왔는데, 돌아갈 땐 한국교회가 준 선물이 너무 많아서 김해 공항에서 몇 개의 짐을 놓고 가야 할 정도였다. 일본과 비교해서 그렇긴 하지만 한국인들은 정이 있다. 그런 민족성 때문에 한국교회 교우들은 무엇이든 주고 싶어 하고, 심지어 입고 간 옷도 벗어 주고 온다.

한국은 기독교 선교 세계 2위 국가다.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기구, 컴팬션 등 국제적 활동을 하는 NGO 대부분이 기독교 계통이다. 이 중 한 기관의 연중 보고를 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국내․외 지원금 1678억 원 중 785억 원이 해외사업장에 지원하는 금액이었다. 또 다른 기관 역시 한 해 모금액이 1400억 원 규모인데, 그 중 60%를 해외아동 지원 사업에 사용한다. 국력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처럼 많은 것을 나누는 나라도 없을 듯하다.

물론 힘들 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야 한다.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때 거절하는 것은 교만이다. 그러나 받지 않아도 될 때는 도움을 끊고 주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 이후 해외원조를 받았고, 외국 선교사들의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성경에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복이 있다’고 했다. 주는 일이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다. 남에게 줄 만큼 여유가 없더라도 나 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형편껏 나누면 되는 것이다. 나누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는 20년 전부터 동전 모으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할머니들도 잘 해내고 있다. 반복하다보니 이젠 삶이 되었다. 꽤 큰 금액을 기부할 줄 아는 분들도 생겨난다. 복은 졸라댄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는 자로 살 때 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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