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송이나 상가에 설치한 크리스마스 트리, 계속 이어지는 모임을 통해 연말 분위기를 느끼곤 했다. 요즘은 거리를 지나도 캐롤송 듣기가 쉽지 않고, 송년모임도 줄었거나 간소해졌다. 그나마 매주 주말과 저녁에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주제로 개사한 캐롤송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연말연시를 느끼게 하는 시설과 분위기가 이렇게 사라져 가지만 유독 늘어나는 게 한 가지 있다. 연말을 맞아 곳곳에 설치하고 있는 야간 조명시설이다. 각 가정과 상가에서 설치한 크리스마스 트리는 줄었지만, 순천시청에서 설치한 조명시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순천시청은 물론 주요 교차로, 시내 한 가운데 있는 죽도봉과 팔각정, 아랫장 가로수, 조례호수공원, 순천만정원 등 야간 경관조명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순천시는 이에 더해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12월 23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순천만정원 서문광장에서 LED조명으로 연출한 ‘별빛축제’를 열고 있다. 별빛축제 개막식이 열린 23일(금) 저녁에는 1500만 원을 들인 불꽃쇼를 펼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순천시는 방문객이 급감하는 겨울철에 순천만정원에 새로운 관광컨텐츠를 마련해 여름철 여수밤바다에 빼앗긴 숙박관광객을 순천으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순천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순천역, 낙안읍성, 문화의 거리와 원도심지역, 조례호수공원, 봉화산둘레길, 전통시장 등 순천의 주요관광지마다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하겠단다. 전체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연차사업으로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내년에 실시설계 용역비로 3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순천시가 이처럼 야간경관조명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려는 것은 손쉽게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하면 좋아하는 시민과 관광객이 적지 않다. 적게는 수천 만 원에서 수억 원을 들였는데, 좋지 않을 일이 있을까?

하지만 순천시의 이 같은 대규모 야간조명사업이 불편한 사람도 적지 않다. 상투적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표방하는 순천시가, 에너지 자립도시를 꿈꾸는 순천시가 굳이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야간조명사업에 올인해야 하는 지 의문을 갖는다. 

순천시는 “요즘 야간조명은 LED이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가 많지 않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야간조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에 그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하는 지가 의문”이라고 말한다. 

순천시의 한 공무원은 별빛축제를 두고“순천만정원의 서문쪽은 WWT습지와 야생동물원 등이 있어 야생동물이 많은 곳인데, 밤낮으로 조명을 켜고, 폭죽을 터트려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순천에서는 야간에 조명을 끄고 청사초롱을 들고 다니게 하면 관광객들에게 더 큰 추억을 남겨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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