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_삶 그리고 죽음

▲ 이정우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목련 나무에 잎이 없다. 나무껍질에 온기도 없다. 앙상한 가지엔 물기 하나 없다. 하지만 나뭇가지 끝에 봉긋하게 봉오리가 맺혀 있다. 봉오리에서 가늘고 긴 솜털을 휘날리며 찬바람을 막아낸다.

2016년 촛불 집회가 한창이다. 학생들의 정치 발언이 화제다. 정유라의 부정입학이 시초였고, 세월호의 충격은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헌법과 상식을 파괴한 적폐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열린 광장에서 터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애들이 뭘 얼마나 안다고 정치 얘기냐?'라며 훈계한다.

학생이 어른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학생은 첫째, 원칙을 중시한다. 판단의 기준은 세상에 찌든 변칙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온 원칙이다. 둘째, 이해관계에 따라 이것저것 살피지 않는다. 앞뒤를 재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셋째, 생업에 얽매이지 않는다. 생활 전선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보다 객관적이다. 그러므로 많은 항쟁에서 학생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3.1, 4.19, 5.18, 6.10 등이 그렇다. 그런데 현대에 이를수록 교육 기간을 길게 하여 훨씬 오랫동안 훈육 대상으로 머물게 하고, 학생의 독립적 사고와 주체적 결단을 막고 있다. 학생의 비주체적 처지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유관순은 만 16세에 3.1 운동을 이끌었고, 김주열은 만 15세에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여하였다. 현재로 보면 고등학생들이다.

 

독일에서는 10살 전후의 학생들이 거리시위를 한다고 김누리 교수는 전한다. (한겨레신문 2016-01-17) 초등학생들이 “불법적인 인간은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아프리카 난민의 불법체류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히는 독일이 김 교수는 매우 부럽단다. 나도 부럽다. 더 부러운 것은 학교 정규 수업으로 정치교육을 하고, 학생들이 매우 폭넓게 정당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민주시민의 기본적 소양은 시간이 간다고, 긴 세월을 살았다고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습되고 수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조선 왕조의 ‘신민’이나 일제의 ‘황국신민’, 독재 시절의 ‘국민’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치교육이 그 시절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요즘 촛불집회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외친다. 이를 보고 듣는 것은 좋은 정치교육, 민주시민 교육이다. 현장 학습으로 인정하고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일부 학교에서 집회 참

     
 

가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훈계한다는 말도 들린다. 구시대적 잣대로 미래세대를 재단하는 퇴행적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교육하지 않으면 민주시민은 없다. 민주시민이 없는 민주사회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이 한겨울에 목련 나무는 꽃을 예비하고 있다. 단단하게 안으로 뭉치고 채워 꽃을 간직한다. 불쑥 다가올 봄을 위한 준비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다.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옹골찬 준비다.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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