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끄러운 민낯, 청소년에게 직접 듣는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끄러운 민낯,
청소년에게 직접 듣는다(4)


지난 6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이었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올해 취업했는데, 업무중 사망했다.

지난 2011년에는 영광실고 현장실습생이었던 한 학생이 기아자동차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2년에는 순천효산고 학생 한 명이 울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망했다. 교육과 현장훈련이라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현장실습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지역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현장실습제도의 명암을 알고, 이를 통해 현장실습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 김현주

(지역의 한 특성화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수찬(가명) 학생은 지난 10월부터 A회사 하청업체에서 석 달 째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이 글은 그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현장실습, 학교에서는 취업으로 분류
학생들은 졸업 후 그만 둬

 

지금까지 필자가 만난 현장실습생은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작성했더라도 내용도 모른 채 서명하였다. 근로조건 역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에 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차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수찬이는 별다른 불평없이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었다.
수찬이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B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9월, B회사 관계자가 학교에 방문해 회사 소개를 한 뒤 B회사로 현장실습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 과 친구들은 대부분 카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어요. 근데 회사 소개를 듣고 카센터보다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대기업 하청업체로 갈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수찬이 역시 현장실습기간은 10월 초부터 졸업할 때까지이다. 4개월 간의 현장실습 중 절반 이상을 보낸 지금의 생활은 만족스럽단다.

“첫 출근해서 일주일 정도 교육을 받았어요. 회사소개, 업무 내용, 안전수칙 등 이었고 그 다음 주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대부분 현장실습을 나가면 형식적으로 하루 이틀 정도 교육을 한 뒤 바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와 비교가 된다.

수찬이는 주로 무슨 일을 했을까?

“저는 학생이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보다 보조를 했어요. 공구 나르고, 여기 저기 청소하고, 뒷마무리하고, 한 번씩 그라인더작업도 해 봤구요.”

“주형님들이 주로 하는 일은 기계 정비에요. 저를 포함해서 3~4명이 팀을 이뤄 다녔어요. 학생이라 보조업무를 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일이 힘들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재밌기도 해요”

수찬이가 속한 정비팀 노동자들은 평상시에 “수찬아, 막내야”라고 부르며 잘 대해 준다고 한다. 회사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출퇴근하는 수찬이는 두 명의 회사 직원과 함께 살고 있다. 그들 역시 수찬이를 동생처럼 생각하며 식사 준비 등도 도맡아 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받은 월급에 기분이 좋아요”
같은 과 친구들이 대부분 카센터 등에서 현장실습하며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것에 비해 수찬이는 주 40시간 근무에 중식보조비, 자격수당을 포함하고 4대 보험 등을 공제한 뒤 받은 실 수령액이 140만 원이 넘었다.

수찬이의 급여명세서를 자세히 보았다. 총액을 기준으로 중식보조비와 수당을 제외하고 시급을 따져 보면 시급 6530원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따져보면 올해 최저임금 6030원 보다 500원 정도 더 받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받는 급여에 비해 적지 않다고 생각해 불만을 가지지 않고, 학생이라 보조업무를 하며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는 형님같은 직원들과 회사 분위기에 만족해 했다.

수찬이는 자신이 직접 일을 하고 140만 원이 넘는 월급을 처음으로 받았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 용돈으로 20만 원, 적금으로 70만 원을 넣었다. 두 번째 받은 월급부터는 꼬박꼬박 100만 원씩 적금을 넣을 계획이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면서 힘들게 일한 노동의 대가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속마음이 기특하다.

“잘하면 정직원도 될 수 있어요”
수찬이는 졸업하기 전까지 B회사룰 다니고, 졸업 이후에 진짜 취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형님들은 수찬이에게 “군대 갔다 와서 제대로 와라. 그래야 기술적인 것도 차분하게 가르쳐 줄 수 있지. 몇 개월 있다가 갈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냐?”

수찬이 역시 1월까지 현장실습을 마치고, 2월 10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다시 B회사에 입사하고 싶단다. 그때 받아주면 군대 가기 전까지 다니다가 제대 후 잘 생각해 본다고 한다.

“기계정비를 배울 수 있다는 자부심도 약간 생겼구요, 졸업 후 다시 와서 일하다가 잘 하면 정직원으로 바뀔 수 있잖아요”

졸업 후 정직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수찬이는 큰 공장에서 일하는 게 생각보다 좋다며 수줍게 웃는다.

 

“100여년의 역사가 만든 독일의 직업교육”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임금을 받고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는 회사 형님들과 현장실습생의 상황에 맞게 업무를 주는 중소기업에서의 현장실습생 수찬이.

이 정도의 여건이 만족스럽다는 것은, 이보다 열악한 현장실습의 현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이야기하며 독일식 도제교육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독일식 도제교육은 철저한 직업교육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렇게 고등학교 과정의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중소기업 취업으로 이어진다. 독일의 대다수 중소기업은 임금, 복지 측면에서 탄탄하기 때문에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고등학교 직업교육을 받고 나면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의 취업이 연계되는 것이다.

이렇듯 제대로 된 직업교육과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을 만들어 온 역사는 무려 100여 년을 거쳐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의 개선방안을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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