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철도노조 호남본부 이성계본부장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 도입을 막기  위해 시작한 철도노조의 파업. 74일 동안 장기파업을 마무리하고, 조합원들은 12월 9일(금)부터 현장에 복귀하였다. 이성계 철도노조 호남본부장은 12월 10일  SNS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장기파업을 마치고 현장투쟁으로 전술전환을 하기로 결정한 바, 9일 오후 2시부터 업무에 복귀합니다. 우리 힘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황당한 정국에 성과연봉제의 결판을 못보고 현장에 들어가는 조합원들은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동안 연대해 주시고 힘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철도노조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2라운드 기대해 주십시오.”

2013년 겨울, 수서발 KTX 민영화 저지를 위한 23일 간의 파업을 진행한 바 있는 철도노조는 2016년 9월 27일부터 우리나라 공기업 사상 최장기간 파업투쟁을 진행했다. 무엇이 이들을 74일 동안이나 파업하게 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성계 본부장을 직접 만나보았다.

▶‘성과연봉제-성과퇴출제 저지를 목표로 파업을 벌였다. 이 문제가 공공철도를 지키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나?

성과연봉제는 실적을 중심으로 직원을 경쟁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실적은 회사가 정한다. 공공기관은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런데 실적을 내라는 것은 돈을 버는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이번에 함께 파업을 했던 서울대병원의 경우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진료를 많이 하고, 과잉진료를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대부분 공기업에서 회사 임원들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그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철도에서 성과연봉제를 하겠다는 것은 철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고, 직원들을 경쟁시켜 연봉 차이를 두겠다는 인권 침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74일의 철도파업을 이끌어 온 철도노조 호남본부 이성계 본부장이 파업집회에 참여해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 성과연봉제에 대해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철도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민영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돈벌이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외주화, 민영화는 철도의 안전문제와 직결된다.

시설 분야 직원들은 철도 선로작업을 5명이 협업해서 하는데,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내가 선배지만 너한테 기술 노하우를 주겠냐?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기관사들은 정시률(제 시간에 기차가 역에 도착하는 것)과 사고율 등을 따져 물어 개인을 비교하고, 소속을 비교하고, 지역본부를 비교하기 때문에 실적을 높이기 위해 크고 작은 사고를 은폐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 철도노조가 파업을 해도 파업기간 열차 운행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철도는 필수공익사업장이다. 파업에 들어가도 필수유지업무 인원이 있다. 철도 노사의 필수유지업무 운영안에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1만 8372명의 출근 대상자 중 필수유지 인력인 8460명은 일을 해야 한다. 즉 이번 파업에는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제외하고 75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특히 여객열차의 필수유지업무 인원은 60%, KTX의 경우 80% 가까이 된다.

그리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철도공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유사시에 대비한 기관차 분야 팀장, 소속 마다 대기인원인 관리자를 뽑아 KTX 면허증을 따게 하고 훈련을 시킨 것이다. 여기에 특전사 군인들에게 면허를 따게 하고, 훈련을 시켜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필수유지업무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게 해 파업을 무력화 한 것이다. 이는 파업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노동기본권에 반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철도안전을 무시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크고 작은 열차 안전사고가 일어났지만 회사는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 현장투쟁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조합원들은 단결된 힘으로 파업을 이끌었고, 그 과정을 통해 투쟁의 정당성도 적극 홍보했다. 국회에서도 우리들의 파업으로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에 의해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던 중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촛불정국에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존재 자체가 실종되어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정부 지침을 철회시킬 상대가 없어진 상황이 된 것이다. 국정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 투쟁을 계속해야 되는지, 조직을 정비하고 재충전하기 위한 현장투쟁으로 전환할 것인지 고민하던 끝에 현장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 74일 동안의 파업을 지켜낸 힘은 어디에 있었나?

조합원들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우리는 끝이다’는 생각이 컸다. ‘너는 얼마짜리, 나는 얼마짜리, 내가 퇴출될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느니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식뻘 되는 애들이 들어오는데, 우리가 이런 세상 물려줄 수는 없다’며 파업에 힘을 실어준 선배들이 많았다.

조합원들은 다 안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철도가 어떻게 될지. ‘철도도 끝이고 나도 끝이다’는 마음이 있었다.

철도노조는 2000년도에 민주노조가 들어선 이후 2001년, 2003년, 2006년, 2009년, 2013년에 계속 철도민영화라는 국가정책에 맞서 싸워 왔다. 16년간의 역사에서 ‘이렇게 저항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철도노동자만의 DNA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매번 수백 명의 징계, 100억이 넘는 손배가압류에도 불구하고 또 싸우는 이유는 ‘그나마 싸웠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 장기 파업중에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다.

조합원들이 파업기간 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 학원도 끊고 적금도 깨고 대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들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주었다. 어떤 지부에서는 경제적으로 힘든 조합원을 위해 수천 만 원의  대출을 받아 주기도 했다. 다들 힘들었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함께 했다.

농민회를 비롯해서 지역의 단체들이 쌀 610포대를 촛불집회 때 전달해 준 적도 있다. 파업 조합원들에게 한 포대씩 나눠 줬는데, 대부분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을 위해 떡을 만들어서 돌리는 등 훈훈한 정을 나눴다.

파업기간에는 조합원들이 각종 봉사활동과 집단 헌혈, 농촌 일손돕기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촛불집회 때도 항상 함께했다.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격려와 후원금도 많이 들어왔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의 2라운드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철도공사는 성과연봉제를 노조와 합의도 없이 이사회를 거쳐 2017년부터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12월 안에 필수유지업무 인원 명단을 교체하고 투쟁을 준비할 것이다.

현재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법원에 제기한 ‘취업규칙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12월 말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가처분에 최대한 승소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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