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
전남교육연수원 교사
지난 10월 2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와 조건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되었다.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은 전쟁이 났을 때 군대를 지휘하고 전쟁을 수행하는 권한을 말한다. 현재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 대장이 맡고 있다. 이러한 전작권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우리가 전작권을 외국에 넘긴 역사적 사례부터 알아보자.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1592년 12월 25일 의주에서 선조는 조선 군사지휘권의 상징인 환도(環刀ㆍ의장용 칼) 한 쌍을 명나라 장수 이여송에게 올리며 명나라에게 전작권을 넘겼다. 이때 이여송은 한껏 위세를 떨었지만 당시 왕이었던 선조는 한껏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지금의 전작권을 얘기해야겠다. 한국전쟁으로 우리 군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 군의 전작권을 미국에 넘겼다. 그 후로 박정희 대통령 때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느껴 환수하려 했으나 미국이 거절했다. 그러나 한 곳에서는 우리 군이 전작권을 갖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에서다.

우여곡절 끝에 1994년 12월 1일에 작전통제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누어 평시작전통제권만을 되찾아온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를 한껏 과시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작전통제권은 전시상황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찌되었든 김영삼 대통령은 최소한의 군사주권이라도 되찾는데 관심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5년에 전시작전권 환수를 요구했다. 국방부도 충분히 준비되어있다고 보고한 후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당시에 미 국방부 한국과장인 마이클 피네건도 전작권 환수는 한미가 합의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2012년 4월 17일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받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2015년 12월로 1일로 연기했다. 미국도 받아가라고 하는 전작권을 말이다. 이는 군사주권에 대한 명확한 의지가 부족한 것이고, 주권국가인 우리의 국민적 자존심을 무시하는 일이다.

요즘 미국 합참의장은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고, 미국 의회에서도 전시작전권 연기에 불만을 표현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보도도 있었다. “자신들의 안보를 책임지기 싫어한다”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더 문제는 우리의 전작권 전환연기를 요청했을 때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에 주목해봐야 한다. 척 헤이글 미국방장관은 “김 장관이 언급한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해 우리는 논의해왔다. 이는 조건에 기초한 것이고, (그)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동맹국인 한국이 제기한 문제들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먼저 전환연기를 요청했음을 분명히 하면서 조건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요구에 다른 조건들을 걸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금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문제가 현안이다. 이러한 시기에 전작권 연기를 조건으로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을 늘려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많아지지 않았는가? 또 하나 미국이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시스템(MD)에 한국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이럴 경우 우리의 국방비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야 말 것이다. 그만큼 경제발전이나 복지 등에 투자해야 할 돈이 외국의 무기상에게 나가는 것이므로 그만큼 우리 먹고사는 문제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는 마당에 미국의 핵우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는 최종적인 것이고, 나머지 전력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위라는 사실은 국방전문가라면 인정하는 사실이다.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지만 않는다면 전작권 연기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외관계와 군사전문가들도 한국이 전작권을 이양 받고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서 미국 전략문제연구소 한국실장인 빅터 차나 연세대 국제정치학 교수인 문정인은 “한국으로의 전시작전권 전환은 한반도에서 전쟁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보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안보딜레마란 어떤 한 나라의 군비가 증강되면 다른 나라들도 덩달아 군비를 증강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자기 나라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암암리에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에 끼어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 더욱 전쟁의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해양세력과 육지세력에서 패권이 크게 바뀔 때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다. 임진왜란이 그렇고 병자호란이 그렇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수성을 갖고 있는 우리가 자기 군대마저 지휘하지 못할 때 이런 복잡다단한 전략적 상황을 주체적으로 이겨나갈 수 있겠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군사주권이 없는 마당에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인 통일문제 등을 주체적으로 풀어갈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우리가 정전협정의 당사자도 아니고 군사주권도 없으니 평화협정을 맺을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통일을 추구하고 민족을 번영시키기 위해서도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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