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끄러운 민낯, 청소년에게 직접 듣는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끄러운 민낯,
청소년에게 직접 듣는다(3)


지난 6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이었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올해 취업했는데, 업무중 사망했다.

지난 2011년에는 영광실고 현장실습생이었던 한 학생이 기아자동차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2년에는 순천효산고 학생 한 명이 울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망했다. 교육과 현장훈련이라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현장실습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지역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현장실습제도의 명암을 알고, 이를 통해 현장실습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 김현주

(지역의 한 특성화고 자동차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유승호(가명) 학생과 김재식(가명) 학생. 이들은 지난 8월부터 A공업사에서 석달 째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이 글은 두 학생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승호와 재식이는 특성화고 자동차과의 같은 반이다. 학교 다닐 땐 매일 버스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올 여름 방학이 끝난 후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있는 A공업사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A공업사는 그 지역에서는 이름만 말하면 알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장이다. 보통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전공과 무관한 사업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승호와 재식이는 전공과 연계된 사업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현장실습을 나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제일 큰 관심사는 임금이다. 임금을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사업장으로 가고 싶어 한다.

승호와 재식이는 어땠을까?

“집에서 버스 타고 출퇴근 할 수 있어서 큰 부담없이 나갔어요. 담임 샘이 최저임금 이상은 줄 거라고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현장실습을 나갔을 때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회사에 가서 근로계약서 작성하지 않느냐고 말하면 찍힐 것 같았어요”

전남의 모든 특성화고 3학년들은 현장실습 나가기 전 두 시간의 노동인권교육을 받는다. ‘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확인하고, 일 하다가 다칠 경우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등의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직도 ‘하늘에 별 따기’인것 같다.

현장실습 핑계로 최저임금도 안줘

승호와 재식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시까지 일을 했다.

월급은 매월 11일에 받는다. 8월 말에 첫 출근을 하고, 첫 월급은 10월 11일에 받았다. 한 달이 넘는 기간을 일했는데, 임금에서 공제액을 제외하고 130여 만 원을 받았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 승호는 “처음으로  100만 원이 넘는 임금을 받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11월 급여명세서에 115만 원이 찍힌 것을 보고 ‘하루 종일 힘들게 일했는데 겨우 이거라니’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고 허탈했다.
 

공장장은 “일은 할 만 하냐? 최저임금은 받지?” 라고 물었다.

“‘최저임금도 안되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말했다가 찍히고 짤릴 것 같았어요”

“더 주면 좋겠지만 학생이니깐 최저임금 정도는 받고 일 해야지요.”

우리나라의 법정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월 209시간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6030원이니 월급으로 계산하면 126만 270원이다.

승호와 재식이는 토요일도 오후 1시까지 일을 했다. 주 44시간, 월 226시간으로 최저임금으로 따져도 월 136만 2780원이다. 한 달에 한 번은 밤 9시까지 일했다고 하니, 4대보험을 공제한다고 하더라도 승호와 재식이가 받은 10월 임금 115만원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노동법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 많아
 

 

올해 2월 개정된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 9조 ②항에 의하면 ‘재학 중인 직업교육훈련생의 현장실습 시간은 1일 7시간, 1주일 35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1주일에 5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하루 8시간, 주 40시간 현장실습을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승호와 재식이가 현장실습을 나간 첫 날, 아침 조회 때 20명이 넘는 현장 노동자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나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

승호와 재식이가 주로 한 일은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차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엔진오일 교체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지금은 단순 반복노동을 하고 있다.

틈틈이 어렵지 않은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 형들이 시키는 잡일도 한다. 일이 서투르니 욕을 많이 듣는다.

“욕은 먹기 싫지만, 쇠를 다루는 일이라 실수하면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현장실습생한테 좀 더 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재식이와 승호는 졸업하고 나서 A공업사에 계속 다닐 생각은 없다.

“저랑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생각해서 제 적성에 맞는 좋은 직장을 알아보고 싶어요.”
대부분 특성화고는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취업률로 통계한다. 하지만 졸업 후 현장실습 나간 사업체에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취업으로 간주해요. 선생님들도 자기 실적 올라가니깐 일단 현장실습을 보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열아홉에 현장실습 나가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 7조에 “‘현장실습’이란 직업교육훈련생이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취업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및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과정을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특성화고 3학년 현장실습은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할 시간에 졸업하기 전까지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공식적으로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의해 시행되는 현장실습. 과연 현재 현장실습은 올바른 직업교육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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