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하루 200만 명이 거리에서 시위하는 나라! 분노와 좌절감을 촛불문화제로 승화시켜 즐기는 놀라운 역사의 현장. ‘박근혜 퇴진!’의 외침은 궂은 날씨도 밀어냈다. 가족,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의 주도적인 참여는 깃발들의 조직적인 동원과 서로 호응했다.

촛불 민심은 새로운 나라를 요구한다. 헌법과 법률을 고쳐 새 판을 짜기 원한다. 경제사회의 혁신을 바란다. 통일의 과정으로 나가는 평화 세상을 꿈꾼다. 이 같은 방향에서 청소년들의 희망 사항은 더욱 현실적인 데 있겠다.

대통령을 움직이는 엄마를 둔 정유라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회적 특수계급’으로서 탐욕의 공동체를 보인데 대한 반감이다. 고등학교를 출석 미달하고도 졸업했고, 국가대표 선수와 대학 입학은 ‘실력’이 아닌 ‘힘’의 작용이었다. 재벌의 뭉칫돈을 훈련비와 살림으로 챙겼다. 그리고 “돈 없고 힘없는 네 부모를 원망하라”면서 특권 신분을 자랑질했으니.

‘금수저’를 넘어선 ‘다이아몬드수저’인가…. 이들에 대해 치솟던 분노는 곧 구역질로 변했다. 좌절감은 슬픔으로 울렁거렸다. 11월 26일(토) 순천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고등학교 1학년은,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해 어른들만 함성을 지르자고 할 때 슬픔이 치밀었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슬픔을 공감하며 특권층에 맞서고 있다.

그동안 민주공화국에 사는 줄 알았는데, 특권이 세습 되는 신분사회였다. 정치인, 재벌, 관료, 연예인들의 부와 권력 대물림이 자연스럽다. 일류대학은 부와 권력을 가진 서울 강남의 아이들에게만 넓게 열렸다. 정말 나쁜 방향으로 내달렸다. 이러고도 청소년에게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고등학교까지는 ‘입시지옥’이란 말로 싸잡힌다. 이어서 ‘대학만이 살 길’이라고 가르치고 대학으로 떠밀어 넣지만, 대학생은 ‘채무자’라는 계급으로 편입된다. 학자금 대출은 금융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라는 명분으로 신용확대를 통해 학생을 빚쟁이로 만든다. 이러한 청년의 부채는 1인당 3000만 원을 넘기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사슬이다.

다수의 대학생들은 빚을 추가하면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매달린다. 그래서 과거 낭만적이었던 대학생활은 헬조선의 현장일 뿐이다. 실제로 대학생들이 입시지옥을 겪는 고등학생보다 행복감이 낮다. 한국노동패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나이인 20~24세의 행복도는 6.1점으로 고등학생 나이인 15~19세의 6.3점보다 0.2가 낮다.

이렇게 특권과 가난이 동시에 대물림 되는 절망의 나라, 헬조선에서 벗어나자고 일어섰다. 청소년들이 희망찬 새 나라로 바꿔가자고 손에 손잡고 촛불을 들었다. 어떻게 될까?

헌법에서 대통령의 힘을 분산시키는 권력구조 개편은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주의 확산을 포함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당장의 새로움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다. 대학입시의 70~80%까지 확대된 수시전형은 객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대학 교수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수시 전형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하여 정유라, 장시호 같은 특권층의 합격문으로 악용되고 있지 않은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 아이들에게 유리해진 수학능력시험은 학력고사나 예비고사 때처럼 고등학교 전과목을 치루고 합격선을 정해야 한다.

대학은 공부할 사람이 가고, 등록금은 정부에서 책임지는 것이다. 대학생활은 빚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곳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의 청년 부채는 과거 농가부채처럼 탕감하여 좌절의 사슬을 벗겨주기까지 해야 한다.

평등하고 행복한 새 나라를 만들어 가자. 청소년의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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