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훈
예술공간 돈키호테 
기획연구팀장

대통령 입에서 나온 자괴감.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과연 그것이 대통령의 진심인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또 다시 누군가가 써준 원고를 그냥 읽기만 한 것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 최대한 협조하겠다던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돌연 말 바꾸기를 하고 차라리 탄핵을 하라며 버티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핵폭탄을 제거해야 하는 수준이다. 대통령의 이런 뻔뻔함, 그 방탄능력에 국민들이 도리어 자괴감에 빠지고 있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의혹과 거짓해명에 관한 뉴스들을 보면서 이러려고 대한민국의 국민이 됐나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이러려고 성실히 세금을 납부했나하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이게 나라냐! 참담함에 밤잠을 설치고 일상도 흐트러져버렸다. 공권력을 사유화하고 세금을 사금고로 만들고 맘대로 유용했다고 생각하면 횃불이 아니라 화염병을 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분노에 가득 찬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하야’가 국민의 명령이라고 외치고 있다. 100만이 모이고 200만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평화롭게 이뤄진다는 것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렇게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게 더 이상의 조작이나 거짓, 비상식적인 언행은 삼가 해주면 고맙겠다.

이런 인내의 상황에서 또 다른 방탄능력자가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진정성이 있었고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는 사람. ‘박근혜의 입’이라는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공을 세워 청와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3선 국회의원이다. 한 언론과의 지난 인터뷰를 보니 ‘내가 세상을 못 바꾼다면 저분(박근혜)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 데에 참여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한 번 더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던 이정현. 그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었던 것일까.

순천사람들이 그를 두 번씩이나 국회의원으로 뽑아줬으니 순천시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그에게 표를 던졌을까? 그 사람들은 지금의 국정혼란의 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과연 부끄러움을 느낄까?

이정현은 새누리당의 내분에 대해 “자기에게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비난한다고 하면 감내하겠다”면서 “하지만 상대방이 힘없어 졌다고 등짝을 걷어차고 내쫓는 이런 비정한 정치, 배신의 정치, 얄팍한 계산의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 시국의 심각성,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부끄러움이 어떤 감정인지를 안다면 일단 고개를 숙이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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