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어린학교 7‧8‧9학년(중1‧2‧3) 친구들이 50여 일 순례를 다녀왔다. 걷기, 밥모심, 마음모으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생활하는 배움터에서 순례는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이다. 지난 9월 5일 아침, 7학년은 <세월호 희망의 길찾기-첫걸음순례>를 위해 인천항으로, 8‧9학년은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그리고 순례를 마친 아이들은 지난 11월 12일 저녁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순례보고회 “다녀왔습니다”를 보여주었다.

떠나기 전 아이들은 나에게 순례란 무엇인지, 왜 가는지, 어디를 갈 것인지 이야기하고 계획을 짜고 제비뽑기를 통해 일감을 나눈다. 각자의 일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며 협력한다. 그리고 떠나기 전 각자의 자기질문을 하나씩 품는다.

46일간 인천항에서 팽목항에 이르는 약 700km의 새로운 세월호 희망의 순례길을 걸은 7학년들은 순례를 마무리하며 말한다. “순례에 와서도 고민은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할 때가 많았다. 가끔은 고민과 생각이 깔끔히 정리가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민이 더 엉켜버려서 생각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 한 선생님은 ‘순례란 생각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배움이더라’고 한 걸 보면 길은 다르지만 배움은 같아보인다. 순례중 ‘먹고 싶지 않은 음식도 일단 먹어보는 게 습관’이 되고, 날마다 리코더와 명상으로 하루를 열고 닫으며, 순례지도를 쓰고, 호흡하는 순간 순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도움을 준 길 위의 벗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쓴 많은 편지들에서 세상은 따뜻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감을 배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한 친구는 자신의 진정한 배움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산티아고에 와서 길을 자주 잃었다. 팜플로냐에서 한 번, 레온에서 한 번, 그리고 무슨 마을에서 한 번, 그리고 산티아고에서 한 번, 아~ 파리에서도 한 번, 이렇게 길을 잃은 이유가 대부분 내가 너무 앞질러서 그랬다. 산티아고에서는 혼자 묵시아까지 갈 뻔했다. 한 10km 가서 돌아오는데 화도 나고 슬퍼서, 웃다가 실성해서 주저앉고 그러다가 내 본모습을 보았다. ‘아! 이게 내 본모습이구나’라는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생각했을 땐 이게 산티아고에 와서 배운 배움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는 것’, 바로 깨어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톨스토이의『두 노인』중 엘리세이의 세가지 질문을 받으며 가슴에서 들려온 소리 “당연한 것은 없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나의 믿음임을 깨달으며 루미의 詩 <여인숙>처럼 자기에게 찾아온 모든 것들을 각자 손님으로 웃으며 정중히 맞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걷는 건 힘들지만 놀 때는 그야말로 유쾌하게 온몸으로 노는 아이들, 이 유쾌함 속에 무한한 상상력이 있으리라.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까, 지금 내가 해야 될 것만 잘 하면 어느새 막막했던 일들은 다 끝나가 있을 것”이라며 앞날을 미리 염려하거나 겁내지 않고 순례를 통해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아이들, 돌아와 일상을 순례처럼 사는 아이들이 아름답다.

매듭을 향한 믿음

조개껍데기 배낭에 묶어 길을 떠났다.
항상 평지만 있는 것도 아닌
그 길은 멀고도 험해
가끔씩 조개를 묶은 끈이
끊어질 것 같아 두려워진다.
그러나 매듭을 향한 믿음이 있기에
오늘도 나아갈 수 있다.
나아갈 때마다
조개는 성장하고 매듭은 단단해진다.
그렇게 강한 믿음 안에서 성장하고
단단해진 채로 마지막 길을 걸어간다.

사랑어린 8,9학년. 산티아고순례 공동 詩

 

사랑어린학교에서는

 

10월 31일(월)
사랑어린학교 식구들이 6월에 심고 햇빛과 바람과 비가 키워준 벼를 거둬들였어요. 올해는 다친 사람 하나 없이 곳간이 풍성해졌어요.

11월 13일(일)
효(孝) 한마당. 마을을 생각하는 종교인과 마을사람들, 이웃사랑실천회, 다산연합산악회와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잔치를 했어요. 어르신들을 모시는 아이들의 손길에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지요.

11월 19일(토)
이른 10시에 입학설명회 있어요. 관옥 이현주의 ‘새로운 천년, 새로운 교육’ 이야기마당도 함께 열려요. 교육에 관심있는 분들 놀러 오세요.

 

 

사랑어린학교는 소외되거나 따돌림 없는, 내 중심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어울려주는 것을 배우며 재미있게 놀이하면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성장하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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