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4,5학년 아이들이 관옥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누어진 이야기를 채록, 부분정리한 것입니다.


 

 

할아버지, 재미없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는 
어쩌면 좋을까요?


그럴 땐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바꾸면 돼. 마음을 바꾸는 것은 어떻게 하면 돼? 동민이가 찬영이 마음을 바꿀 수는 없어. 그지? 찬영이 너도 동민이 마음을 바꿀 수는 없어. 왜? 내 마음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동민이는 동민이의 마음을 바꿀 수 있지. 찬영이는 찬영이 마음을 바꿀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은 바꿀 수 있어.

어떻게 바꾸면 될까? 하기 싫다는 마음을 어떻게 바꾸면 좀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해요.) 그러면 이 일을 하면서 딴것을 생각한다는 얘기지? (네.) 에이, 그러면 이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지지. (보상을 걸어요.) 아, 보상을 건다.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어떤 보상이 올 것이다. 이것을 생각한다. 아, 그거 훌륭해. 좋아. 그럴 수 있어.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할아버지는 그거보다도, 보상을 바라지 않으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보는거야.

사람이 어떤 보상을 바라고 세상에서 일을 하면 언젠가는 실망하게 되어있어. 왜냐면 세상은 내가 바라는대로 보상을 안해줄 때가 많아. 보상만 바라고 일을 하면 허무하고 힘이 빠질 때가 많아. 사람이 어떻게 하면 보상을 바라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찾는게 지혜야.

너희들 공자님 얘기 들어봤지? 어떤 사람이 공자님에게 당신같이 아는게 많고 재주도 많은 사람이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지 왜 안하느냐고 물었어. 그러니까 공자님이 뭐라고 했냐고 하니,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라고 했어. 종오소호(從吾所好)라. 세상이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왕들이 나를 받아주던 안받아주던 관계없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렇게 말했어. 그게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관계없이 자기 길을 가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야.

할아버지는 아주 어렸을 때 밭에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어. 나밖에는 할 사람이 없을 때가 있거든. 예를 들면 밭에 풀 뜯는 일이야. 나는 하고 싶지 않아. 이럴 때 어떻게 하냐? 나는 풀을 뽑았어. 어떻게 뽑냐 하니까. 내가 아무리 재주가 많아도, 내가 아무리 힘이 세도, 호미질은 한 번에 하나밖에 못해. 한 번에 두 번씩은 못 한단 말이야. 그래서 한번만 하자. 이 풀만 보고 뽑으면 힘 안들어. 그런데, 저 쪽을 보면 힘들어. 저쪽을 보면 이렇게 남았어? 아이고, 저걸 언제 다하지? 아, 요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할아버지는 딱 앉아서 앞을 안봐. 저쪽을 안봐. 요것만 봐. 그러니까 힘 안들어.

그리고, 또 하나는 내 일하는 자세야. 일하는데 재미가 없어. 그러지 말고, 마음으로 하는거야. ‘좋아, 이거는 내가 하고 싶지 않지만,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오케이, 그래 됐어. 한번 해보자.’ 팔을 걷고 이 자세야. 너희들도 한번 그렇게 해봐. 그거 다 하고 나면 기분이 아주 좋지. 이건 내가 하기 싫은 일인데 다 했다. 그것도 힘이 별로 안들고. 그래서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거야.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