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아름다운가게 지킴이 김주연 매니저
일을 기획하고, 사람을 쓸 줄 아는 재주꾼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아름다운가게’ 순천중앙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늘 만날 김주연 매니저가 활동천사라 불리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10시 반 개장 준비에 한창이었다.

‘아름다운가게’는 2002년 안국점 개점을 시작으로 올해 14년차를 맞는다. 전국에 140여 개 매장이 있다. 김주연 매니저(45세)는 2004년 11월에 매니저로 ‘아름다운가게’에 입사하였다. 전국 38호점으로 순천에 처음 개장한 매곡점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해 왔다. 그녀가 지금 근무하는 순천중앙점은, 종전 순천중앙교회 옆에 있던 순천매곡점이 10월 4일(화) 현재의 저전2길로 이전해 개장한 것이다. 순천연향점은 2009년에 문을 열었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아름다운가게’의 심장인 되살림센터는 2009년부터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사업장을 갖춘 것은 2015년 1월이다. 그녀는 순천지역팀장으로 이 세 곳의 운영을 총괄한다.

창립자인 박원순(현 서울시장)은 호기심을 유도하고, 기억하기 쉽도록 매니저의 명함에 별명을 사용하길 제안했다. 그녀의 명함 옆에 조그맣게 표시된 ‘이슬비’는 조금씩 스며들어 가게와 지역에 아름다운 변화를 주고 싶은 소망을 담아 스스로 지었다.  

▲ 아름다운가게 순천중앙점의 김주연 매니저

그녀와 아름다운가게 사이엔 운명적인 이끌림이 있었다. 당시 5살, 7살이 되는 두 아이의 엄마였는데, 선물 때문에 갈아탄 신문에 ‘아름다운가게’ 광고가 있어 “이런 곳도 있네” 했었다. 그런데 이후 미용실에서 본 잡지와 TV 프로그램에서도 자꾸 눈에 띄었다. 그래서 뭔가 있다는 느낌에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순천에는 아직 매장이 없었다. 1년 후 취업을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라 다시 찾았더니 순천지점 상근간사를 모집한다는 채용 광고가 떴다. ‘아름다운가게’는 수평조직으로 모두가 ‘간사’란 직책을 갖는데, ‘매니저’나 내부용어로 ‘벼리꾼’이라고도 부른다. 매장을 담당하는 직원은 ‘매장 매니저’라 부른다. 매장 매니저는 활동천사 관리, 상품의 판매기획과 촉진 및 재고, 재정관리, 마케팅 업무 등을 포괄하여 수행한다. 또 아름다운가게가 추구하는 가치와 현실을 알리는 지역커뮤니케이터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활동가 역할도 한다.

4주간 매니저 교육을 받았는데, 어찌나‘빡세던지’ 수액까지 맞으며 버텼다. 그리고 순천에 처음 매장을 오픈하며 주어진 것은 명함 1장. 광주전남 공동대표인 박소정 씨. 그 때부터 그녀에게 그물코 마법이 시작되었다. 한 코, 한 코 씨줄과 날줄로 관계가 엮어졌고, 그 속에서 만난 이들의 도움으로 매곡점을 열게 되었다. 활동천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인복을 타고났다. 가진 재주는 하나도 없는데, 이걸로 일을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옷에 달려 있는 리본을 보여주며, 이것도 개업하면서 재활용을 테마로 삼아 뭘 할까 고민하다 넥타이로 리본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바느질엔 소질이 없어, 잘하는 분에게 부탁을 하여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인복이란 것도 그녀가 원만한 성격에 사람 좋아하고, ‘일 벌이기’를 좋아하며, 개인이 가진 재능을 알아보고 맞게 쓸 줄 아는 능력을 가졌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게다가 그녀는 스스로 인정하는 ‘벤치마킹의 달인’이다. 기증한 물품을 손질하여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이 일에 벤치마킹은 필수이지 않나 싶다. 다른 곳의 장점을 여기 상황에 맞춰 적용하여 발전시키기. 사무실 탁자에 놓여있는 아이비가 사는 까만 화분의 정체는 낡은 LP판. 언젠가 본 LP판 재활용법이 생각나, 손재주 좋은 이와 함께 뜨거운 물에 넣어 조물락거리며 조개처럼 주름도 잡아 모양을 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재주가 없다”고 말한다. 남편조차 아이들에게 “네 엄마는
‘아름다운가게’ 일 빼고는 잘하는 게 없다”고 할 정도란다. 그런데 남편이 참으로 고맙단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짐꾼에 마당쇠 역할을 자처하며 ‘아름다운가게’ 일을 도와주고, 아이들까지 챙겨 주었다. 지금 그 꼬마들이 벌써 중3과 고2가 되었는데,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감히 이렇게 일벌이며 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내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늘도 감사할 뿐”이라며 미소 지었다.

고마운 이들이 또 있는데, 바로 30여 명의 활동천사들이다. 박원순이 “활동천사를 섬겨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월급이라도 받지만, 그들은 모두가 함께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며, 1주일에 1회 4시간씩 매장에 나와 봉사를 한다. 인터뷰 때에도 활동천사가 매장 운영을 하지 않았으면, 시간을 아예 낼 수 없었을 것이란다. 또 어떤 활동천사들은 아크릴 수세미처럼 매장에서 판매하는 수공품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아름다운가게’의 수익금은 어떻게 사용할까? 순천 매장의 수익금은 모두 이 지역에 환원한다. 정기적인 배분사업은 ‘희망나누기’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계층이 대상이다. ‘수익배분위원회’를 꾸려 각계의 복지 전문가들과 함께 서류와 실사 등을 거쳐 주거환경개선비, 의료비, 교육비, 긴급생계비 등을 개인에게 지원한다. 단체는 프로그램 지원비를 준다. 그리고 수시배분이라 하여 행사 때의 수익금을 나눈다. 이번 이전 개장식 때 수익금 전액인 300만 원은 원도심의 노인을 위해 온돌매트를 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나눔학교’라 하여 순천교육지원청과 MOU를 맺고 2014년부터 진행 중인데, 2014년엔 중학생 100명에게 교복비로 2000만 원을, 2015년엔 56개 초중학교에 장학금으로 1000만 원을 배분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지역 최초로 교육청과 MOU를 맺어 나눔학교를 진행한 사례여서, 다른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많이 방문하고 있단다. 이번엔 그녀가 벤치마킹의 대상자가 된 셈. 앞으로 그녀가 벌일 일은 순천의 매장 소식을 SNS로 전하기. 일 벌이기 좋아하니 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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