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의 협동조합과 GSEF(국제사회경제포럼)을 취재했다. 국제사회경제포럼은 전 세계 62개 나라의 1400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세계 곳곳의 사회적경제 분야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사회적경제는 그동안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사회 구성원의 협동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사회혁신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전 세계 330여 도시에서 온 자치단체장들은 한결같이 ‘경제 위기의 해답은 사회연대경제’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회연대경제 사례와 새로운 흐름을 통해 각자도생의 대한민국에서도 좋은 시스템을 만들면 얼마든지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고, 사회전체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기획취재: 아이쿱생협 연수단

 
















스스로 서고, 서로 돌보는 협동조합 기업들 
조합원의 참여ㆍ운영 시스템 만든 파크슬로프 식품협동조합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시작되었다지만, 자본주의의 중심인 뉴욕에 모든 조합원이 노동에 참여하는 소비조합이 있다는 것은 뜻밖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파크슬로프 지역 중심부에 위치한 ‘파크슬로프 식품협동조합(이하 PSFC)’은 지역주민이 저렴하고 건강한 식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로컬푸드, 유기농산물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모든 조합원이 소유뿐만 아니라 노동에도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1973년 설립하여 현재 1만 7000여 명의 조합원 규모가 되기까지 이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조합원이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그 문화를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노동에 참여해야

창립자인 Joe Holtz는 “조합원 노동제도는 조합원들의 관심과 소유의식을 높여 더 높은 수준의 참여와 헌신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조합원이 일해야 하는 노동시스템을 만들었다. 임신, 출산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4주에 1회, 약 3시간은 반드시 노동해야 한다. 곡물 소분, 청소, 주차 관리나 치즈를 자르고, 물건을 포장하는 일 등 조합원은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위원회 활동,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드는 생산자들에게 가져다주는 일, 홍보 같은 일도 조합원이 한다. 매장은 장을 보는 사람보다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바로 PSFC의 주인인 조합원들이다.

▲ 조합원들이 곡물 소분, 청소, 주차 관리, 치즈 소분, 물건 포장 등 각자 할 수 있는 일에 배치되어 역할을 한다. 조합원 노동참여는 조합원들의 관심과 소유의식을 높여 보다 높은 수준의 참여와 헌신을 만든다.

매장은 조합원만 이용 가능

PSFC 매장은 조합원 얼굴이 있는 회원증을 소지해야 이용 가능하다. 가입할 때 기본 출자금은 100달러인데, 국가 기준 저소득층은 10달러를 출자하고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직원도 조합원이어야 한다. 정기총회는 1년에 2회 개최하는데, 총회 의제는 이사회에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의견을 듣고 해당 위원회가 결정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은 이메일을 통해 회의 안건을 공유하고, 매월 조합원이 모이는 전체회의를 통해 토론한다.


매월 전체회의 재정보고 정책논의

PSFC는 매월 마지막 화요일 저녁 7시에 모든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전체 회의를 진행한다. 평균 참석자는 300~400명 정도란다.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은 총회에서 이루어지는데, 매월 진행하는 전체 회의에서 1개월 단위로 재정과 활동보고를 한다. 총회에서 다루어진 주요 의제와 정책은 격주 발간하는 정보지에 게재하고, 무료 구독이 가능하다. 임원 선출이나 직원 연금 문제 등의 안건을 다루는 정기총회는 연 2회 개최하는데, 평균 참석자가 3000명 이상이다. 정기총회 때는 직접 투표도 진행하지만 우편 투표도 함께 진행하여 운영 과정에 조합원 참여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사회 외에도 상품위원회, non-gmo위원회, 민원 관련 위원회, 징계위원회 등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거나 발생한 문제를 조정한다. 총회 참여는 1회의 노동 참여로 인정하며, 미리 신청해야 한다.


조합원에게 보육서비스 제공

조합원은 매장에 근무하거나 쇼핑을 할 때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드시 조합원의 자녀에 한하며, 만 12세 미만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번에 최대 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한 간식이 제공되며, 보육서비스를 위한 기본 교육을 이수한 조합원의 자원봉사로 서비스가 진행된다. 이때 꼭 지켜야 할 규칙은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조합원은 반드시 같은 건물 안에 있어야 하고, 보육서비스 시간을 연장할 수도 없다. 규칙을 어길 경우 강제 탈퇴 처리되기도 한다.


조합원은 이용자 아닌 운영 주체

PSFC에서 모든 조합원이 일을 하면서 받는 혜택은 품질 좋은 신선한 채소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PSFC는 기본적인 재정 마련을 위해 매장을 운영하지만 이익 창출이 아니라, 조합원이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그 문화를 느끼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조합원은 협동조합 매장의 단순 이용자가 아닌, 운영의 주체가 되는 데 목표를 둔다는 것이다. 이처럼 직접 노동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저렴한 장보기를 실현해 낸 시스템은 PSFC의 출발 때부터 일관되게 시행되고 있다.

▲ 매장은 지역사회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일을 홍보하는 장이다. 소식지와 매장 게시판을 통해 조합원들은 정보를 받고 관심있는 활동에 참여한다.

조합원은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대신 노동하게 할 수 없고, 사전 조정 없이 결석할 때는 2배를 보충해야하는 정책이 적용된다. PSFC에 가입할 때, 운영 원칙이 상세히 안내된 조합원 매뉴얼을 제공한다. 조합원 매뉴얼만 봐도 PSFC에 가입하여 함께 활동하는 것으로 환경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PSFC 매장을 둘러본 뒤 나오는 길에 우연히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매장에서 매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지 않는지?” 물었다. 한국에 살 때 협동조합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그 부부는 “다양한 일을 해보는 것은 재미있다. 사람들을 사귀고 친해지기도 한다. 한국에도 이런 협동조합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고 말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