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 장용창

달마난다 선생의 요가 철학 강의에서 김민우는 답을 찾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는 우선 그 시간부터 길었고, 그 긴 시간 동안에 요가 수행에서 알아야 할 이론들을 거의 모두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사 학교에서 배운 달마난다 선생의 영어 발음은 인도식이라기보다 영국식에 가까워 알아듣기도 매우 쉬웠다. 대략 십에서 이십 명 정도의 학생들이 강의를 들었는데, 대부분 피부가 하얀 사람들이었다.

두 시간의 강의가 끝날 때마다 달마난다 선생은 질문을 하라고 하는데, 김민우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조금 더 배우고 질문하라”는 첫날의 응답이 아직 생생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들은 지 삼주 정도 지난 어느날 기회가 찾아왔다. 이곳 베다 니케탄 아쉬람에서 여행객들이 마타지(어머님)이라고 부르는 여성 수행자의 생일이 온 것이다. 비구(남자 스님)와 비구니(여자 스님)의 절이 아예 나누어진 한국식 불교 사찰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인도의 요가 아쉬람에는 남성 수행자와 여성 수행자가 함께 있었다.

마타지는 영어를 못했고, 평소 여행객들에게 아침밥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김민우는 그냥 부엌에서 일하는 아줌마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달마난다 선생이 얘기하기를 그녀가 명상 중에 경험하는 것들의 수준이 자기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기 안에 쌓인 분노와 폭력성의 불길이 녹은 것은 전적으로 마타지의 사랑과 헌신 덕분이라고 했다. 이런 마타지를 위해서 달마난다 선생이 그녀의 생일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김민우는 생각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기회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 잘 받자.” 달마난다 선생이 준비한 생일 파티 순서가 다 끝나갈 때쯤 김민우는 손을 들어 말했다. “제가 마타지를 위해서 노래를 하나 만들었는데요, 지금 불러드려도 될까요?” 의외의 제안을 달마난다 선생은 바로 받았고, 김민우는 노래를 불렀다. 한국어 가사로 전에 지었던 노래를 지난밤 영어로 바꿔 준비한 것이었다.

나, 그대처럼 고운 이, 세상에 나서 이제 처음 봤네.
그대와 함께 있으면 아무 근심 없어라.

나, 그대처럼 너그러운 이,
세상에 나서 이제 처음 봤네.
그대가 나와 함께 있느니, 나 행복하여라.

한없는 힘과 지혜 갖고 있어도 결코 교만하지 않으며,
미운 사람 만나도 보듬어 주니, 오 아름다워라.

빌 더글라스의 찬송가(Hymn)가 김민우의 목을 타고 달마난다 선생의 요가 철학 강의실을 은은한 촛불처럼 채웠다. 원래 바순이라는 목관 악기로 연주되는 이 멜로디를 김민우는 라디오에서 자주 들었는데, 부안에서 핵폐기장 백지화 운동에 헌신했던 문규현 신부를 보면서 그가 노랫말을 붙였던 것이다. 마타지는 말 없이 웃었고, 달마난다 선생은 감격해서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날 이후로 김민우는 모든 질문을 거리낌 없이 했고, 달마난다 선생은 친절하게 답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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