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여수넷통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비리가 국정마비 현상을 가져왔다. 여수시민들은 지난 10월 26일, 지방 도시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하였다.

디지털시대 문자메시지의 힘은 강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3시간 만에 111명의 시민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11월 2일에는 1000여 명의 시민이 여수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와 시가지 촛불 행진을 했다.

이러한 참여는 민주주의가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컸기 때문이다. 4‧19혁명과 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열사의 희생과 민주화 투쟁 결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침몰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 동안 우리들은 어떠했나? 더 이상 군사쿠데타로 독재 정부가 들어서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 정착 과정이었기에 눈치를 보면서 토론을 하였고, 다른 의견도 받아들였다. 여대국회였음에도 4대 개혁 입법인 국가보안법, 사학법, 과거사 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을 제대로 개정하지 못했다.

뒤돌아보면 기껏 최순실 한 사람만도 못했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 이르러 수구세력은 막무가내로 이권을 챙겼고, 권력을 주물렀다. 새누리당은 국민 정서와 상식을 무시하면서 언론 장악법과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4‧13 총선 표심은 국민이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등 돌렸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그들은 달라지지 않고 더 큰 소리 쳤다.

총선 이후 우리 전남 동부지역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때문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이정현의 호남 재선과 당 대표 당선을 통해 집권 여당의 지역 투자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던 지역민, 특히 순천 시민의 실망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이다. 지역보다는 무너져가는 박대통령을 붙들면서 버티는 처량함이 지역 자존심까지 흔들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 이정현은 처음부터 그럴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역민을 더 실망시킨 것은 바로 우리 지역 대기업이다.

서민의 눈물로 내는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매년 5%씩 인상시켜 받은 그 피 같은 돈 70억을 박대통령 재단에 받쳐 세무조사 면제를 받으려한 부영. 우리 지역 아파트를 거의 싹쓸이 하여 재계 순위 19위까지 올라갔는데도 지역 투자는 외면했던 순천 출신 대기업 사주의 이중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금 여수산단은 에틸렌 가격이 치솟아 몇몇 대기업이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렇게 막대한 수익을 거두어서 지역과 협력회사, 노동자와 나누려고 하지 않고, 권력에 갖다 바쳤다는 사실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꼈다.

느닷없는 제일모직 합병과 매각도 냄새가 나지만, 여수산단에서 손을 뗀 삼성그룹이 204억 원을 냈다. 그 중에서 이마트 3억 5000만 원이 있다. 골목 바닥까지 돈을 긁어 가려고, 이미 여수와 순천에 이마트가 있는데도, 뻔뻔스럽게 웅천에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을 지겠다고 한다.

포스코 30억 원, LG화학 49억 원, 대림산업 6억 원, 롯데케미칼 17억 원, 한화 15억 원, 부영주택 3억 원, GS칼텍스 6억 3000만 원 등을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갖다 바쳤다. GS칼텍스와 포스코를 제외하고는 지역 사회 공헌 사업을 해야 한다는 빗발친 여론을 무시한 대기업들이다.

지역에는 강하고, 권력 앞에는 약한 대기업이 바뀌지 않고는 경제 활성화는 어렵다. 그들이 바친 돈은 지역에서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 외주와 하청으로 돌린 것이고, 적정 입찰이 아닌 노동자의 희생을 부른 저가 입찰로 만든 돈이다.

우리는 권력 눈치 보지 않고, 지역 눈치 보는 대기업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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