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역대 최악의 지저분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미국 대통령선거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라는 희대의 막장정치인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기록에 도전하면서도 ‘여성성’의 장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힐러리. 이 두 후보가 점입가경의 진흙탕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해온 이들은 실망과 우려의 눈길로, 또 어떤 이는 불구경하듯 호기심의 눈길로 이 싸움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막장정치에 혀를 차온 이들 중에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도 권력을 놓고는 어쩔 수 없다며 차제에 우리 처지를 위안 삼기도 한다.

어떤 눈으로 쳐다보든 저마다의 자유지만 우리 청소년들도 좀 돌아봤으면 한다. 정치라는 포장으로 버젓이 공중파 방송을 타고 우리 아들딸 청소년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저 19금 막장드라마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면 우리나라 차례다. 지금 상황으로 미뤄 짐작컨대 미국 못잖은 난장판이 벌어질 조짐이다. 이명박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저질러온 파탄과 파행이 이만저만이 아닌데다 여느 때보다 후보 난립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이나 국정철학은 뒷전이고 힐러리 트럼프 식 난투극이 1년여 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어른들이야 프로야구 자기편 응원하듯 하면 되겠지만, 민주주의와 미래사회를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난장판이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

애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눈 가리고 귀 막게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볼 것 다보고 들을 것 들은 다음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세대다. 막장정치인에 대해 내리는 판단과 심판의 기준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날카롭고 단호하다. 그러니 이제 와서 ‘어른들 일’에 기웃거리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차단막은 가당치 않은 처사다.

그래서다. 우리 아이들도 선거에 정당하게 참여시키자. 접근금지 또는 구경꾼이 아닌 투표로 의사를 표현토록 선거권을 주자. 그러면 정치판도 이들 눈치 보느라 그렇게까지 막가지는 못하리라. 아이들도 자기 권리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학습과 사고를 하면서 교과서 밖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체화해갈 것이다.  

사실 현재의 19세 선거권은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다. 전 세계 232개국 중 92.7%인 215개국 선거연령이 18세다. OECD로 좁히면 19세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은 18세가 되면 병역의 의무 및 납세의 의무, 근로의 의무를 지고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발급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이렇게 의무와 책임을 부여받으면서도 가장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비정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이 연령을 낮추도록 국회에 권장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고등학교 3학년 또는 대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8세에 선거권을 갖게 되면 이들의 학습권이나 급식, 대학등록금과 같은 교육복지 제도들이 훨씬 발달하게 될 것이다. 청년실업이라든지 청소년 아르바이트 환경, 청소년문화와 같은 삶의 질,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보완이 더 강화되어 우리 사회의 청년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역량과 사회 안정도가 높아져 정치경제적으로 성숙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이보다 더 긴요하고 의미 있는 어젠다와 이슈가 또 있을까? 그래서 선거권 18세 인하를 약속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리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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