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쪽 이야기3


 

▲ 육감정과 우화각

▲ 김배선 향토사학자
송광사 최고의 경관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우화각을 꼽을 것이다. 능허교 위의 우화각이 육감정(삼청각)과 어우어지는 경관이다.  

조계산에서 송광사 터의 앞으로 흘러내리는 개천에 축대를 높이 쌓아 작은 호수처럼 물을 가두고, 이 못(吐魚潭)을 등지고 선 건물의 뒤를 열어 청루를 지었다. 물 가운데 석주를 나란히 세워 두 다리를 힘차게 디뎌 청 마루를 받쳐 올리게 하였으니 멋과 실용을 한껏 아우른 게 ‘육감정(삼청각)’이다.

한편 대웅전을 향해 일직선으로 건너는 석조 구름다리를 놓아 ‘능허교’라 이름지었다. 밑으로는 맑은 물을 흘려보내고, 그 위에 누각을 세워 경건한 통로를 만들어 ‘우화각’이라 이름 지으니 이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경관을 연출하게 된다. 징검다리에 올라서서 이 아름다운 경관의 일부가 되어본다면 송광사를 찾은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처럼 송광사를 대표하는 경관인 ‘육감정’과 ‘우화각’ 두 건축물에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한층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송광사의 일주문 왼측 개천 건너편 물 위로 난간을 내밀어 석주를 딛고 서있는 ‘육감정’은 보통의 정자처럼 홀로 서있는 모습이 아니라 ‘임경당’이라는 큰 건물의 대청마루 구조이다. 

배수의 형으로 앉은 80칸 규모의 큰 건물인 ‘임경당’의 뒤를 열고 수심을 향해 다섯 칸 청 마루를 ‘T’자 형으로 끌어내어 수상에 그림자를 드리운 누각으로 만들어 한 건물의 앞뒤에 서로 다른 용도의 이름표를 달았다.

그 중 청마루인 ‘육감정’은 ‘삼청각(三淸閣)’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부터 시작한다. 일주문 안쪽 물가에서서 청루를 건너다보면 ‘육감정”(六鑑亭)’ 편액 좌측에 나란히 걸려있는 ‘삼청선각(三凊僊閣)’이라는 명패가 하나 더 눈에 잡힌다. 그러므로 이 모두가 한 건물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이들 이름의 유래는 ‘삼청(선)각’이 최초이며, ‘육감정’‘ 명판의 연호가 도광17(1837)년이고 그 이전에는 ’육감정‘이란 명칭이 등장하지 않으므로, 이 시기에 ’육감정‘이란 이름이 하나 더 붙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육감정(六鑑亭)

▲ 육감정의 비경

육감정은 여섯 거울의 정자라는 뜻이니, 그 의미가 더욱 오묘하다.

여기서 거울이란 수면에 대한 비유이므로, 육감은 정자(누각)에서 내려다 볼 때 물에 비치는 여섯 가지 형상을 의미한다. 

육감에 대하여 전 송광사 주지 현봉스님은 “은사스님이셨던 구산선사께서 ‘육감’을 정자에서 내려다볼 때 수면거울을 통해 마음에 비치는 하늘, 해, 달, 별, 구름, 바람, 이 여섯 형상을 시에 담아 해석하셨다”고 설명하였다.
 
‘육감’을 단순하게 시어로만 떠올린다면 풍류정자의 명패 속에 갇혀버리고 말 것이다. 만약 눈으로 보는 시문으로만 이해한다면 풍광이 좋은 정자에 풍류를 즐기는 문객이 지은 이름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승보 수도장의 ‘육감’은 부처님의 진리를 담아 마음으로 읽을 때에만 보이도록 매단 이름이다. (육감을 설명해 놓은 기록은 발견하지 못함)

삼청각(三淸閣)과 삼청선각(三淸僊閣)

‘삼청각’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세 가지 맑음(하늘, 물, 마음)을 간직한 누각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삼청’도 ‘우화(각)’와 마찬가지로 도가에 그 어원이 있다. 도가에서 말하는 ‘삼청’은 태청(太淸) 상청(上淸) 옥청(玉淸) 또는 태청 중청 하청이라 하여 선인들이 머무는 곳(하늘에 있는 신선의 나라)을 의미 한다.

삼청선각은 삼청(三淸)에 신선 선(僊) 한자를 더해 높여 부른 같은 이름이다.


능허교(凌虛橋)


‘능허교’의 ‘凌’은 ‘능가하다’, ‘초월하다’, 이고 ‘虛’는 ‘비다’, ‘없다’이므로 곧, 빔(없음) 마저도 넘어 섰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능허교’ ‘무’와 ‘공’의 초월이라는 불교의 근본 사상을 상징적으로 담은 다리의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삼청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화각 (羽化閣)

▲ 우화각

‘우화각’의 본래 이름은 ‘수각(水閣)’이었으나 정유재란(1597년)으로 불탄 것을 1774년(영조50)년 다시 지어 이름도 ‘우화각’으로 바꾸었다.

‘우화’란 새의 깃털, 즉 날개라는 뜻이지만 ‘우화등선(羽化登仙)’에서 등선이 생략된 표현으로서 그 뜻은 몸에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선계(하늘)로 올라간다는 도가의 용어이다.

사찰에서 불교의 근본사상이라 할 수 있는 ‘능허’라는 상징적인 이름의 다리 위에 세운 건물에 도가 용어인 ‘우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매우 이채롭다.

육감정과 우화각은 송광사를 상징하는 것으로 자연과 건축미의 조화가 빼어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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