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말로 요즘 “순천시민이라는 게 쪽팔리다”는 사람이 많다. 한 때 호남 유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를 당선시켜 “영호남 지역감정을 무너뜨리는 데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위안하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다. 

새누리당의 당직자 출신인 이정현 대표의 정치역정을 보면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당직자 출신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순천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재선하고, 여세를 몰아 새누리당의 당대표까지 되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드라마틱한 정치역정은 이정현 개인의 역량이라기보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도 그렇고,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거쳐 순천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도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당대표 선거를 치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정치인 이정현을 만든 이가 박근혜 대통령이니 이정현 대표가 정치활동을 할 때 국민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우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누리당 대표로 단식투쟁을 벌인 것은 무리였던 것 같다. 단식에 돌입할 때부터 끝낼 때까지 국민들의 평가는 조롱 일색이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단식은 힘없는 사람이 벼랑에 내몰렸을 때 마지막으로 꺼내 든 카드였다. 그런데 가장 힘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단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의 힘없는 이들의 단식투쟁이 희화화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 스스로 국회의원의 단식에 대해 “선거제도가 정착한 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단식투쟁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 특권의 시작”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당대표가 되자마자 특권을 행사했다. 국민들을 더 황당하게 한 것은 단식투쟁을 한다면서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단식을 했다.

그가 단식에 들어갈 때 쇼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정 의장이 물러나든 내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SNS에서는 조롱이 쏟아졌다. “정세균 의장이 사퇴하지 않을 테니, 순천 국회의원 재선거를 준비해야 겠다”거나 “기쁜 마음으로 조의금을 준비해야겠다”는 말들이다.

목숨까지 내걸었던 그의 단식은 불과 7일 만에 끝났다. 사퇴를 요구했던 정 의장이 사퇴는커녕 위로 방문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실제 단식은 만6일에 그쳤지만 119구급대까지 불러 중태의 환자를 다루듯 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김영호 씨의 46일 단식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시중에 운영 중인 건강단식도 7일 프로그램이 있다니, 이정현의 단식은 그야말로 다이어트 단식과 비교할 수준이다.

이번 단식 과정에 이정현 대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롱당할 때 그를 재선시킨 순천시민도 함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 지역 정치지도자의 수준은 딱 그 지역 주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