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이란 개인의 건강이나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특정 지어지는, 치료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이다. 알코올 중독을 ‘질병’이라고 단정하는 의미는, 일반 질병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자신의 의지만 가지고는 나을 수가 없고 반드시 회복을 위한 치료적 도움을 통해서만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독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낙인감으로 인하여 요즈음에는 ‘알코올 의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꾸 술이 마시고 싶거나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일단 술을 마시면 스스로의 의지로는 마시는 술의 양이나 술 마시는 시간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알코올 중독증의 특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음주와 중독이 다르다는 점을 모르고 있다. 알코올을 남용하는 사람이 반드시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 중독보다는 경미한 상태로 신체적 혹은 심리적인 금단증상은 보이지는 않으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할 정도로 과도하고 빈번하게 술을 마시는 경우를 알코올 남용이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 술을 끊지 못하고 점점 과도하게 마시면 결국 중독에 이르게 된다.

알코올 중독은 진행성이고 만성적이다. 암과 같이 조기발견 하여 치료하면 나을 수도 있으나 방치하면서 시간이 경과하면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며 자주 재발되고 한번 재발이 될 때마다 치료가 더 힘들어진다.

흔히들 중독자를 성격장애자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성격장애가 원인이 되어 중독에 걸렸다기보다는 중독 생활을 하면서 그 반응으로써 나타나는 중독자의 공통적인 행동 양상이 성격장애로 보여지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알코올에 중독되는 정도가 높아짐으로써 통제의 환상, 자기기만, 의지력의 상실과 내성, 두려움, 거짓말 등의 심리적인 특징들이 두드러지게 되며 중독자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합리화와 부정이다. 마실 만하니까 마셨다는 합리화와 내가 중독자일 리 없다는 부정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더욱 힘들게 한다. 중독자의 오래된 폭음과 지속적인 단주약속의 위반, 취중 주정으로 말미암아 배우자는 중독자를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사회적 고립, 장차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무예측성, 불안, 두려움, 비참, 신체적 학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게 된다. 자녀에 대해서는 중독자의 오랜 기간에 걸친 중독행위로 말미암아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마땅히 제공해 주어야 할 것들을 제공해주지 못하게 되며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대인관계 어려움, 학교 성적 저하, 반사회적 행동 등의 문제에 처하게 된다.

특히 아버지가 술이 취했을 때 폭력이 동반될 때가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하여 영향이 훨씬 크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은 심해질 경우 이를 견디지 못한 배우자와의 이혼과 자녀들의 가출로 가정해체에 이르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술에 대하여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술이 과한 사람이나 심지어 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에게도 남자가 사회생활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한다거나 오히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술을 마셔야만 된다’는 등의 술 권하는 음주문화는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중독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도한 음주량과 잦은 횟수가 어떤 사람에게는 중독이라는 무거운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절제하는 미덕을 보임이 어떨까요?

박경숙
한영대학 사회복지상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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