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경제생활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보다 많이 벌어서 보다 많이 쓰고 편히 살자’는 것, 즉 ‘풍요와 편리’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의 식생활 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학교와 기업, 병원 등 대형기관에서의 급식이 확대되고, 가족구성원의 수가 줄어들면서 집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것은 제법 예외적인 일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정생활에서 필수적이었던 일이 이제는 꽤 선택적인 일이 되었고, 식사 준비는 주부들에게 가능하면 회피하고 싶은 번거로운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외식산업의 급성장과 배달 서비스의 보편화가 여기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집 밖에서의 식사는 대부분 경제 논리에 따라 생산·공급되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 매우 불안하다. 출처가 불분명한 식재료들은 신선도는 물론 잔류 농약(축산물에서는 항생제),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식품첨가물, 방사선 오염, 유전자조작식품 등 인체에 해로운 요소를 확인하고 배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거리를 이동해 공급되는 그 식재료들은 필연적으로 온실가스를 유발한다.(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극히 낮은 탓에 식품의 이동 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한편 아이쿱과 한살림 등 생협이나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위의 유통 사업체들은 전국을 단일화한 물류 체계로 운영하기 때문에, 식품의 이동 거리가 길어지게 되고 지역에서 생산자-소비자간의 직접적인 관계 형성에 기여할 수 없다. 또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포장 단위가 갈수록 소형화되고 있는데 이는 자원의 낭비를 부추긴다. 또한 계절과 무관하게 농산물을 상시로 공급하려는 것은 생산과 저장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 소비를 유발한다. 결국 이들 업체들은 식품의 안전성 등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친환경 농업의 확대에 기여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 못지않게 생태적·공동체적인 관점에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생협 등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은 이들 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나 의식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게 된 동기를 조사한 바를 보면 식품의 안전성 때문이라는 응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반면 환경 보호 때문이라는 응답은 극소수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 행태는 가족이기주의라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편하게 배달받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한 농산물이다. 식품의 안전성보다는 환경에 대한 배려에 방점을 둔 말이다. 따라서 이를 소비하는 데는 재배 과정은 물론 포장, 저장, 운송 등 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전제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즉 집밥을 당연시하여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을 우선 소비하되 장바구니를 사용해서 포장을 배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뒤따르는 불편함과 수고로움이야말로 삶의 가장 기본적이고 정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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