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 시내에서 6km 떨어진 햇빛농장의 세바스티앙 씨는 매주 수요일 싱싱한 채소를 가득 싣고 라 마뉴 광장 6번지로 향한다. 저녁 6시, 주민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출석 체크를 하고 게시판에 적혀 있는 수량만큼 직접 장바구니에 채소, 과일, 달걀, 빵 등을 담는다. 만나는 이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장터에 계산대가 없을 뿐더러 지갑을 꺼내는 이도 없다.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들고 함박웃음만 짓고 떠나는 이들. 무슨 일일까 ?

 

지역 소농을 지키기 위한 AMAP 직거래 장터 

이들은 ‘소농을 지키기 위한 협회(이하 AMAP)*’ 회원들로 햇빛농장과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계약을 맺었다. 소비자들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생산비용 및 농장소득을 고려하여 정한 공정가격을 미리 지급한다. 그래서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생산에 집중할 수 있고, 소비자는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 GMO(유전자 조작 농산품)으로 재배한 안전한 농산물을 매주 먹을 수 있다. 햇빛농장의 세바스티앙 씨는 AMAP 소비자 회원들과 소농 생산자의 계약은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장터나 슈퍼마켓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만 고른다면, AMAP에서는 생산자가 공급하는 품목을 정한 대로 모두 가져갑니다. 그리고 날씨나 병충해 피해로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 평소보다 적은 양의 장바구니를 받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러나 생산량이 증가할 때 공급량을 늘려 일 년 동안 일정한 양이 유지되도록 노력하지요. 그리고 좋은 땅과 햇빛으로 기른 맛있는 제철 채소, 일반시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품종을 소비자에게 제공합니다.”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과 교류가 있는 장터 

지역 소농과 연대라는 거창한 문구만큼 AMAP의 소비자들은 만족할까?
“일단 품질이 좋아요. 채소의 풍미가 좋고 신선하거든요. 무엇보다 제게는 지역 생산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해요.” (낭트 AMAP 회원)

한편, 므동 AMAP 회장인 아네스 씨는 대형유통을 통한 농산물 소비를 탈피하고픈 욕구,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농산물을 접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주 직거래 장터에서 만나는 므동 AMAP회원들은 와인을 마시며 대화 꽃을 피우느라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낭트 햇빛농장은 계약갱신일에 소비자 회원들을 농장에 초대해 농장체험교육과 바비큐 파티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신선한 친환경 농산품을 제공하는 지역 소농과 연대하고, 돈과 상품으로 연결된 피상적 관계를 즐거운 만남으로 바꾸는 AMAP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된다. 

*AMAP의 직거래 장터는 2001년 처음 시작하여 2012년 전국 1600개 지역 직거래 장터로 발전했다. 프랑스 전국에서 매주 6만 6천 가구(4인 기준)에 친환경 농산물 장바구니를 공급하고 있다.(2012년 자료)

알림: 동 기사는 AMAP 협회의 공식 사이트(
http://www.reseau-amap.org/)의 협회 소개자료 및 영상자료를 재구성한 것임을 알립니다.



■ 한눈에 보는 프랑스 친환경 농업 현황


▪ 꾸준히 성장하는 친환경 농업 (2015년 기준, 전년 대비)
△ 친환경 농업시장 14.7% 증가
△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 9% 증가
△ 친환경 농지 23% 증가(백만 헥타르 면적 친환경 농지 보유)

▪ 프랑스인들은 얼마나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할까? (2015년 기준)
△ 10명 중 9명이며, 그중 6명은 적어도 월 1회 소비.
△ 약 6조 9544억 원 규모 (2014년 대비 10% 증가)
△ 프랑스산 (76%), 유럽연합산 (12%), 그 외 국가 (12%) 제품 소비.

▪ 프랑스인들은 친환경 농산물은 어디서 구매할까?
△ 대형매장 (46%)
△ 전문매장 (35%)
△ 직거래 (13%)
△ 소매상 (5%)
△ 기타 (1%)


 
 
▲ 흐동 재래시장에서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들이 직거래하고 있다. 판매장에는 친환경 인증 로고(녹색 상자 AB)와 생산자명 및 연락처가 표시되어 있다. 판매되는 제품은 채소, 과일, 고기, 유제품(치즈, 우유, 버터, 요거트), 빵 등 다양하다.
▲ 흐동 비오콥 매장 내 채소 및 과일 판매대 모습.
30년 역사를 가진 생협 비오콥(Biocoop)은 전국 383개 매장을 가지고 있다. 농축산물, 유제품, 가공품을 판매한다.

▲ 흐동 지역 한 대형매장의 친환경 농산물 판매대.
대형매장의 친환경 판매대 모습은 사뭇 다르다.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과포장된 제품들은 친환경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 덧붙이는 말 |
사진을 요청한 필자에게 흔쾌히 허락한 재래시장의 생산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들은 한국 독자들을 위한 기사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고, 수줍음 속에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친환경 제빵사는 10년 전 제빵 제과 학교에서 만난 한국인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나누어주었다. 일 년 만에 프랑스어를 배우고 쉬지 않고 제빵 제과 공부를 하던 한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판매대 옆자리를 나누어 쓰는 이는 농장에서 직접 기른 고기를 판매한다. 그녀는 농장 직거래만 하다가 지금은 시장 판매와 병행한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한편, 직접 생산 가공한 유제품을 판매하는 선한 얼굴의 농장주인은 적어도 1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골인 나의 남편은 여전히 우유 1L를 1,200원에 받고 있다며 대신 걱정을 한다. 우리가 가져간 우유병에 가득 채우다 못해 넘쳐버린 것이 마음에 걸렸으리라. 그러나 대형마트가 친환경 우유를 250원이나 더 싸게 팔고 있으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형마트에서는 친환경이라는 좋은 이름 아래 둔갑한 또 다른 산업을 보게된다. 불필요한 포장은 말할 것도 없고 멕시코, 스페인, 뉴질랜드, 칠레, 이집트, 네덜란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 세계 각지에서 오느라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소비했을지 모를 상품들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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