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시어머니 때문에 너무 속이 상하고 화가 나는데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네요. 저는 고 1학년인 딸과 중 2학년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주 평범한 엄마입니다. 그리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어요. 남편은 외국 지사에 발령받아 앞으로 1년간 더 외국에서 생활을 해야 해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 시어머님께서 아들과 딸을 너무 심하게 차별하신다는 거예요. 딸아이가 분명히 누나인데도 시어머니께서는 딸아이를 누나로서 대우해 주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 아들아이가 잘못한 것도 무조건 딸아이만 나무라시고, 또 맛있는 게 있으면 감춰두셨다가 딸아이 몰래 아들아이만 먹이시곤 하세요. 심지어는 시어머님께서 시장에 가서 옷을 사 오실 때도 딸아이는 손수레 같은 데서 대충대충 아무 옷이나 골라 오시지만, 아들아이 옷은 매장에 가서 그것도 아주 비싼 옷들을 사서 오시죠. 그리고 버릇처럼 딸들은 다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이야기하시면서 딸아이도 고등학교까지만 보내고 일찍 취직시켜서 돈이나 벌다가 시집보내면 그만이라고 하세요.

저는 시어머니가 딸아이를 대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속이 상하고, 화가 나서 어떨 때는 미칠 지경이에요. 정말로 딸아이를 방이라도 하나 얻어서 따로 살게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어떻게 똑같은 손주인데, 아들과 딸을 차별하시는지… 사실 딸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성격도 착한 편이에요.  

이러면 어떨까요

똑같은 손주인데, 성별에 대해 유난히 차별하시는 시어머니로 인해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시군요. 두 자녀 다 시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길 원하시는데 아들아이만 할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으니 어머님 입장에서 난처하신 면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여자에 대한 시어머니의 고정관념으로 따님만 어렵게 되어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풍성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사실 설명될 수 없는 것인데, 이러한 사정을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으셔서 그동안 마음이 아주 답답하셨을 것 같습니다. 남편분도 곁에 없으셔서 의논할 대상도 없으시니 외롭고, 힘드실 것입니다. 더구나 딸아이는 지금 한창 예민한 사춘기인데, 할머니의 차별대우로 상당히 마음에 상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집을 나가 따로 살고 싶어 할까 생각하니 저로서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님께서는 따님이 할머니로부터 그러한 대우를 받는 것이 너무나 속이 상하고, 어떤 때는 미칠 지경이라고 하셨는데, 이 정도까지 감정이 북받치는 어려운 마음이시군요. 아무리 시부모님이라고 해도 불합리하시거나 잘못된 태도에 대해서는 며느리로서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저 지켜보시면서 끙끙 앓기만 해오셨는지, 만약 그러셨다면 따님 입장에서는 엄마의 모습이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를 전혀 변호하거나 지지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어쩌면 ‘할머니와 똑같아’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피해오셨다면 그런 상황을 각오해서라도 따님을 위해 시어머님께 대화를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어머님이 손녀를 자꾸 차별대우하시니까 따님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있고, 집에 들어오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고 하면서 따님의 감정들을 시어머니께 잘 설명해 드렸으면 합니다.

어쩌면 시어머니께서는 당신의 행동이 그렇게까지 손녀에게 상처가 되는 줄 모르고 계실 뿐 아니라 당신이 손자와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시어머님께 당신의 모습이 가족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아버님의 동의를 구해서 도움을 요청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시아버님께서는 시어머님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시니, 이번 일을 시아버님과 의논해서 도움을 받아 해결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머님의 아드님도 조건 없는 애정과 관심보다는 사랑을 제대로 받아서 타인의 마음도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머니의 사랑은 풍성했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눈을 키워나가는 것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어머님께서 아드님을 시어머니께만 너무 맡기지 마시고, 아들의 교육에 책임을 지시고, 주도하시는 것 또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섭섭해 하시겠지만, 아들의 교육에 부모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므로 시어머니의 역정에 너무 좌우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머님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속으로만 끙끙 앓는 태도보다는 이제는 자녀들을 위해 어머님께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보시기 바래요. 따님이 더는 할머니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자신의 여성성을 부인하고, 비하하게 되는 일은 없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기회로 인해 따님의 마음이 위로와 지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