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젊은 태양’의 <결혼>을 보고

▲ 김길수
 (연극평론가, 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극단 ‘젊은 태양’의 창단 공연 <결혼>(이강백 작. 서승권 연출. 순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은 감미로운 발라드 현장 선율로 관객의 감각을 마취시킨다. 이 공연은 감추기 능청 콘셉트로 코미디 놀이 묘미를 유도하면서 빌리기 우화로 사유의 묘미를 자아낸다.
 
“오늘 만나는 여인은 미인일까”. “상대는 나의 청혼을 받아들일까”.  남자(주진석 분)는 호화 저택 주인 행세를 한다. 하지만 그는 빈털터리다. 피아노, 피아노 연주자, 양복, 구두 및 각종 액세서리 모두 약속 시간이 되면 되돌려주어야 한다. 사기꾼의 청혼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공연은 초반부터 관객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빌리기 놀이가 무대에서 객석으로 확장된다. 배우와 관객이 나누는 능청과 익살 버전의 빌리기 전략, 배우는 실제 관객의 넥타이를 빌리는데 성공한다. 그 넥타이로 위기를 모면하는 공모 놀이 역시 연극성 확장에 기여한다.  
 
이 연극의 매력은 빼앗기는 과정에서 감추기와 들통나기, 그 줄다리기 양상이 다채롭다는 점이다. 감추려는 전략, 들통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이게 느림의 그림으로, 어떤 경우는 급박한 상황으로 무대화된다. 창의적인 정보 차이 전략, 관객은 공모 놀이의 맛을 무한대로 즐긴다. 

너스레의 겉 그림은 느림과 여유다. 그러나 그게 가짜 너스레라는 것을 알기에 관객이나 당사자 모두 마음이 급하다. 이들 공히 긴박 정서를 주체 못한다. 물건 빼앗기기, 전략 카드 실종, 그리고 피 말리는 상황, 하인(박왕민 분)의 대응은 협박에서 점차 폭력으로 돌변한다.  스릴과 서스펜스의 연극성이 우러나온다. 하인을 향한 남자의 태도,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둘 만의 세계에서 굴종과 비굴함이 연출된다. 무너짐은 질펀한 희극성을 자아낸다.  

사기꾼 남편에 대한 트라우마, “내 딸만은 사기꾼에게 시집보낼 수 없다”, “상대 남자가 빈털터리 사기꾼일 때 재빨리 돌아오겠다”며 엄마 앞에서 맹세까지 했다. 이 남자, 매너 좋다.  얼굴도 잘 생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빈털터리 사기꾼이다. 문지혜의 가창력과 호소력이 발라드 선율로 빛을 발한다. 농익은 허스키함,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허우적거림이 농밀하게 무대화된다. 탄력적인 반응 연기는 이 뮤직드라마의 장악력 제고에, 흡인력 고양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일깨운 박선영의 탄력 선율 연주 역시 공감과 공명 우주 확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인생, 좀 빌려 달라. 귀한 시간, 기분 좋게 공유한 후 돌려 드리겠다 한다. 와이셔츠마저 빼앗긴 남자의 모습 애처롭다. 덤이라는 애칭 인생, 빌림이란 인생철학, 이를 내 인생에 적용하여야 할 실제 상황, 문제는 내 몸과 마음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딜레마, 머뭇거림, 결국 자리를 뜨는 여인(문지혜 분), 남자의 가슴앓이 호소가 발라드 선율로 무대화된다. 관객 모두, 가슴이 미어짐을 주체 못한다. 되돌리는 여자의 발걸음, 숨죽임, 마주하는 두 남녀, 뜨거운 전율과 감동, 두 남녀의 재담과 위트가 순간 공감의 행복 아우라를 확장시킨다. 주진석의 공연 장악력, 무대와 객석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빌리기 놀이와 익살의 맛을 자연스레 공유케 했음은 이 공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