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 덥다.

▲ 동물도 덥기는 마찬가지이다. 귀신처럼 선풍기만 쫓아다닌다.
더위가 힘든 것이 아니라 무섭다. 더위도 무서운데, 더 무서운 것은 전기요금 누진세 이다.

한전은 2004년 3월, 가정의 전기소비를 절약한다는 명분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세를 적용했다. 요금은 100㎾ 단위마다 구간별로 오르는데, 500k㎾를 초과할 때부터 급격하게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달 평균 300kw㎾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은 3만 738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이 정도가 보통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이런 가정에서 하루 5시간 정도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전기요금은 얼마나 나올까?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2㎾이다. 이것을 하루 5시간씩 한 달 동안(30일) 사용한다면 소비전력 2㎾ × 5시간 × 30일 = 300㎾가 된다. 여기에다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평균 전력사용량 300㎾를 합산하면 600㎾를 넘어가게 된다. 당연히 전기요금 누진세가 적용되기 시작한다.

▲ 총 368㎾ 사용한 전기요금 고지서(왼쪽)와  총 455㎾ 사용한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

전기요금은 총 사용전력으로 계산하지 않고 구간별로 계산을 한다. 100㎾ 가 초과될 때 마다 구간별 요금을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1구간  1 ~100  ㎾  ( × 60.7원)
2구간 100~200  ㎾  ( × 125.9원)
3구간 200~300 ㎾   ( × 187.9원)
4구간 300~400 ㎾   ( × 280.6원)
5구간 400~500 ㎾   ( × 417.7원)
500㎾를 초과할 때에는 ( × 709.5원)으로 구간별 곱하기를 해주면 된다.

▲ 귀가 후 맛있는 어머니 밥상을 기다리며 8월의 열기에도 순천인은 열심히 일한다.
이에 따라 600㎾를 사용한 가정의 전기요금을 계산해보면 (100㎾× 709.5원)을 합산해서 17만 8230원의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무심코 하루 6시간 이상 에어컨을 사용했다면 전기요금이 20만 원을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매일 35°C를 웃도는 무더위에 하루 5시간만 에어컨을 사용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아니면 계량기를 주시하고 총사용량을 계속 확인하며 50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루 종일 에어컨이 없는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집에 와서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전기요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가정에 비해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시설의 경우는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깎아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500㎾ 이상을 사용하는 전국의 가정에서 분담해주는 모양새이다.

최근에 새누리당의 대표가 된 순천지역의 이정현 국회의원이 서민의 전기요금을 형평에 맞게 조정해 보겠노라 선심 쓰듯 한마디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도 그 밑밥에 희망을 거는 것 같지는 않다.

 
전기는 우리 생활에서 이미 식량과 같은 필수불가결한 소비재가 되었다. 무조건 절약의 덕목으로 인식시켜 오랫동안 많이 사용하는 것이 사치인것처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여름을 시원하게, 겨울을 따뜻하고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많은 서민들은 각자의 일터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올 여름도 우리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장식품으로 두고, 더위와 사투를 보냈나 보다. 서민의 작은 행복을 알아주고 지켜주는 Boss가 아닌 Leader가 우리의 정치지도자이길 바란다.

내년에는 에어컨을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 에어컨은 희망사항 일뿐 선풍기를 두 세대 돌려본다.

8월 23일, 처서(處暑)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지고 잡초가 더 이상 자라지 않으며 모기 입이 비뚤어져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순천은 뜨겁기만 하다. 모기가 아니라 내 입이 비뚤어 질 것 같다.

▲ 밤이면 더위를 피해 공원으로

8월 22일(월) 밤에는 모처럼 순천에 비가 내렸다. ‘처서에 비가 내리면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뜨거운 열기가 간밤에 두어 시간 이상의 비를 벌써 마르게 했다. 아직도 순천은 뜨겁다.

2016년 우리의 여름은 어느 해 보다 뜨겁게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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