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 덥다.
더위가 힘든 것이 아니라 무섭다. 더위도 무서운데, 더 무서운 것은 전기요금 누진세 이다.
한전은 2004년 3월, 가정의 전기소비를 절약한다는 명분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세를 적용했다. 요금은 100㎾ 단위마다 구간별로 오르는데, 500k㎾를 초과할 때부터 급격하게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달 평균 300kw㎾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은 3만 738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이 정도가 보통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이런 가정에서 하루 5시간 정도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전기요금은 얼마나 나올까?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2㎾이다. 이것을 하루 5시간씩 한 달 동안(30일) 사용한다면 소비전력 2㎾ × 5시간 × 30일 = 300㎾가 된다. 여기에다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평균 전력사용량 300㎾를 합산하면 600㎾를 넘어가게 된다. 당연히 전기요금 누진세가 적용되기 시작한다.
전기요금은 총 사용전력으로 계산하지 않고 구간별로 계산을 한다. 100㎾ 가 초과될 때 마다 구간별 요금을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1구간 1 ~100 ㎾ ( × 60.7원)
2구간 100~200 ㎾ ( × 125.9원)
3구간 200~300 ㎾ ( × 187.9원)
4구간 300~400 ㎾ ( × 280.6원)
5구간 400~500 ㎾ ( × 417.7원)
500㎾를 초과할 때에는 ( × 709.5원)으로 구간별 곱하기를 해주면 된다.
매일 35°C를 웃도는 무더위에 하루 5시간만 에어컨을 사용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아니면 계량기를 주시하고 총사용량을 계속 확인하며 50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루 종일 에어컨이 없는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집에 와서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전기요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가정에 비해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시설의 경우는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깎아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500㎾ 이상을 사용하는 전국의 가정에서 분담해주는 모양새이다.
최근에 새누리당의 대표가 된 순천지역의 이정현 국회의원이 서민의 전기요금을 형평에 맞게 조정해 보겠노라 선심 쓰듯 한마디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도 그 밑밥에 희망을 거는 것 같지는 않다.
올 여름도 우리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장식품으로 두고, 더위와 사투를 보냈나 보다. 서민의 작은 행복을 알아주고 지켜주는 Boss가 아닌 Leader가 우리의 정치지도자이길 바란다.
내년에는 에어컨을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8월 23일, 처서(處暑)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지고 잡초가 더 이상 자라지 않으며 모기 입이 비뚤어져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순천은 뜨겁기만 하다. 모기가 아니라 내 입이 비뚤어 질 것 같다.
8월 22일(월) 밤에는 모처럼 순천에 비가 내렸다. ‘처서에 비가 내리면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뜨거운 열기가 간밤에 두어 시간 이상의 비를 벌써 마르게 했다. 아직도 순천은 뜨겁다.
2016년 우리의 여름은 어느 해 보다 뜨겁게 그렇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