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버스운전노동자 강동구 씨

| 커버스토리 |  순천시내버스 현황과 전망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우리가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여러 사람의 수고가 있기 때문이다. 담당 시청 공무원도 있어야 하고, 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고, 버스 정류장 시설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버스를 운전하는 ‘버스운전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그 사람들을 만나기에 그 사람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우리는 그들을 판단한다. 그래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들은 어떤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 71번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버스운전노동자 강동구 씨

버스운전노동자의 하루

승객들과 소통을 가로막는 칸막이
앞문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
차내 안전 사고가 발생할까 노심초사

강동구 씨는 새벽 4시나 4시 30분이면 눈이 떠진다. 원래 잠이 없기도 하지만 일찍 버스를 운행해야 할 때는 새벽 5시 30분경에 회사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도착해 음주 측정을 마친 후 첫차 운행을 위해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오르기 5분 전에 강 씨는 항상 화장실을 다녀온다. 생리적 신호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강 씨의 핸드폰에는 종점 출발 시각 5분 전에 항상 알람이 맞춰져 있다. (주) 순천교통 조합 사무실 인터뷰와 버스 동행 취재를 종합하여 한 버스운전노동자의 삶을 재구성해본다.

한 손에 비트 원액이 희석된 물통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버스 앞문을 연다. 이 앞문은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오르는 첫 관문이기도 하지만 강 씨에게는 하루 일상의 시작과 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버스 계단을 오른 뒤 철문을 열고 강 씨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이 공간은 승객과 버스운전노동자가 분리되는 곳이자 버스운전노동자의 ‘작은 방’이기도 하다.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곡물바와 땀을 닦을 수 있는 수건이 한쪽에 놓여 있다. 자신의 하루를 규정짓고 있는 배차표도 보인다. 예전에 이 공간은 개방적이었는데, 버스운전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칸막이를 설치하다 보니 승객들과 소통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운전석 온도도 높아졌다.

버스는 차고지를 빠져나와 첫 번째 행선지로 향한다. 정류장에 가까워지면 우선 강 씨의 시선은 정류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이 자기 버스를 탈 승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파란색 선이 그려져 있는 네모선 안으로 버스를 집어넣는다. 버스운전노동자로 10년을 살아오다 보니 이제는 승객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버스를 탈 승객인지 아닌지를 감각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승객을 맞이하기 위해 앞문을 연다. 새벽 시간에는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어서 앞문을 여는 것이 괜찮지만, 한낮에는 문을 열 때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 때문에 앞문을 열기가 두려울 정도다. 승객이 버스에 올라타면 강 씨의 시선은 승객의 손에 가 있다. 승객이 요금을 다 내었는지 확인이 끝나면 강 씨의 시선은 어느새 룸미러로 가 있다. 사람들이 잘 내리고 있는지, 승객이 다 제자리에 앉았는지 살핀다. 버스 운전 중 발생하는 사고는 차량과 차량 사이의 접촉사고보다 차내 승객들의 부상이 대다수다. 특히 노인분들은 차내에서 많이 다치시기에 버스운전노동자들은 노인분들이 차내에서 움직이는 것에 예민하다. 그래서인지 차량 운행 중에 움직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버스운전노동자들은 큰소리를 내면서 험한 말을 하기도 한다. 버스에 탄 시민들은 이 장면을 보고 ‘버스 기사는 무섭다’고 생각한다.

뒷문을 닫고 다음 행선지로 버스를 옮기려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무단횡단을 해서 버스를 가로막는다. 그리고 버스를 태워달라고 한다. 이럴 때 강 씨는 절대 태워주지 않는다. 그게 하나의 철칙이다.  

▲ 강씨는 이 배차표에 따라 하루를 살아간다.

다음 행선지를 향해 버스를 몬다. 운행 중에도 강 씨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주변의 차들, 신호등, 차 안의 승객들, 같은 노선을 달리는 앞뒤 버스 간격 등등. 그렇게 기점을 돌아 다시 종점에 돌아오는데 평균적으로 1시간 20분이 걸린다. 그리고 휴식시간을 가진 뒤 다시 버스에 오른다. 그렇게 하루에 ‘8탕’을 뛴다. 어떤 코스를 타느냐에 따라 퇴근 시간은 다르지만, 가장 늦게 끝나면 밤 11시가 넘어서 버스에서 내린다. 마지막 버스에서 내린 그이의 입에서는 “휴~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말은 오늘도 사고 없이 무사히 하루를 끝냈다는 안도감의 표시이기도 하고 하루 16시간 근무를 마친 몸의 소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강 씨의 일과가 끝나간다. 그런 생활이 한 달이면 평균적으로 13일이 된다. 하루 근무시간이 16시간이니, 하루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한 달에 26일을 일하는 셈이다. 그렇게 근무해서 한 달에 10년 차 강 씨가 받는 월급은 300만 원이 안 될 때가 많다.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강 씨

10년 일했지만 300만원도 못 받아
버스 운행과 관련해 결정권 적어
운전대 놓고 도의원 선거 출마

(주) 순천교통 버스운전노동자들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형태로 일한다. 노동조합에서 설문조사를 해 보면 조합원들이 아직은 이런 근무형태를 선호해 회사에 8시간 근무제를 요구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단다. 장시간 노동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쉬는 날 농사나 등산 등을 통해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 없으면 다시 버스에 올라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서 ‘부지부장’이라는 역할을 맡은 강 씨는 휴무일에 주로 봉화산 둘레길을 걷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노동조합 사무실에 나온다.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회사의 운영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 실제로 버스 운행과 관련해서 가장 주요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버스운전노동자이지만 버스 운행과 관련해서 결정권이 크지 않다. 버스 노선을 변경할 때에도 실제로 운행을 해야 할 사람들의 의견보다는 시민들의 민원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로 버스운전노동자들이 버스를 몰고 가서 그곳이 왜 버스 노선으로 부적합한지를 마을 주민들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했었다.

강 씨는 노동조합 활동뿐만 아니라 정당 활동도 하고 있다. 예전에 화물차를 운전할 때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화물연대에 가입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2014년에는 59번 버스 운전대를 잠시 내려놓고 통합진보당 도의원 후보로 선거에 나가기도 했다. 자신이 몸담은 정당이 ‘빨갱이’ 정당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버스 노동자인 자신이 직접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선거로 인해 생긴 빚을 아직도 갚고 있지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이제 버스가 그냥 보이지 않는다. 버스를 보면 그 안에서 일을 하는 그 사람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운전하고 있는 그 사람의 마음이 그려지기도 한다. 71번 버스를 보면 혹시나 강동구 버스노동자가 운전하고 있지 않은가 한 번 더 자세히 운전석을 쳐다보게 된다. 시내버스가 정차해야 하는 파란선 박스 주변에 잠시 정차하는 경우에도, 갓길 주차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나의 행위가 강동구 씨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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