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10여 년 전 대통령 선거 때 ‘불판을 바꾸자’는 구호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불판을 바꿔야 할 정도로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상황진단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그 때보다 수레바퀴가 더 뒤돌아 가 있는 것 같다. 불판만 바꿀 게 아니라 불판을 달구는 숯까지 바꾸어야 할 것 같다.

국민은 이런 암울한 현실을 ‘헬조선’, ‘흙수저’, ‘삼포세대’ 등으로 표현하곤 했다. 국민들은 그러다가 며칠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비관적인 단어를 쓴다고 야단맞았다.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될텐데 해보지도 않고 비관만 한다는 말씀이시다.

필자는 ‘하면 된다’는 구호가 세뇌되도록 교육 받은 세대이다. 그러나 살다보니 되지 않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하면 된다’는 말을 믿지 않은 지 오래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자신의 힘만 갖고는 안되는 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사회가 필요하고, 국가가 필요하고, 제도가 필요하고, 복지가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가 존재한다.

국민들은 깨끗한 공기를 호흡하고 싶어 가습기에 살균제를 넣었는데 사람이 죽어났다.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다가 배가 기우뚱거려 탈출하려고 하니까 “가만히 있으라”라고 해서 있다가 죽었다.

폭염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고, 무더위를 견디기 어려워 에어컨을 켜고 싶은데, 에어컨을 계속 켜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다고 한다. 징벌적(?) 성격의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고, 8월 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해왔는데, 졸지에 대한민국은 ‘건국 68주년’을 맞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생긴 신생국가가 되었다.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 이회영 선생, 최재형 선생, 이상설 선생 등 한국의 존립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이들과 무명의 민초들은 모두 대한민국과 무관하게 한반도에 살았던 인물들에 불과한 것인가.

최근 한국의 경제가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과의 북방경제협력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드는 북방경제협력 확장을 봉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를 해결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를 정책시켜야 하는데, 사드는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 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한류의 확산은 화장품과 디자인 등 주요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큰 편인데, 사드는 한류의 확산을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에 의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아 감찰을 한 특별감찰관이 감찰결과로서 ‘검찰수사’를 도출한 후 검찰 수사 대상이 되었다. 감찰의 어려움을 토로한 기밀누설이 범죄라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등 국책연구기관과 학자들은 한국의 미래를 진단하고 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등 연구기능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시녀 역할 정도로 추락함으로써 아무도 한국의 미래에 대해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미래 전략을 대비해야 하는 정부는 대통령 지시만 기다리고 있고, 정치권은 거대담론을 놓고 토론하다가 결론 도출도 못하고 정쟁으로 흐르고, 언론은 이념 싸움 부추기는데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아무도 잘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하면 오류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대란이 온다고 ‘절대 불가’ 입장이던 정부가 대통령께서 하사하신 여당 대표 당선 선물로 몇 시간 만에 전기요금을 깎아 주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일어났다.

국민들은 정신 좀 차리고 미래를 보면서 정상으로 살고 싶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