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가 수행자의 결혼과 이혼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 장용창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은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 후회한다. 김민우는 청소며 설거지 등의 카르마 요가를 시키지 않는 이 곳 시바난다 아쉬람에 와서야 자기가 한 달 반 동안 리키아 아쉬람에서 영문도 모른채 했던 카르마 요가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되었다. 리키아 아쉬람에서는 매일 방문객들과 함께 청소 등의 육체 노동을 함께 한 덕분에 그들과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육체 노동을 하면서 어떤 공동체라는 의식이 생겼고, 사이 사이에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수도 있었다. 또한 네 가지 요가 유형 중 한 가지인 카르마 요가를 이론이 아니라 체험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곳 리시케시의 시바난다 아쉬람에선 일을 시키지 않다보니 그냥 자기는 관광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깊은 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인도인들만 들을 수 있는 요가 철학 과정 중 일부를 청강생 자격으로 며칠간 들었지만, 중간에 끼어 들었기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기도 어려웠고, 질문을 하기도 미안했다. 시바난다 아쉬람에 가득한 사람들은 주로 인도의 전통 치마인 사리를 화려하게 입은 아주머니들이었는데, 마치 한국의 불교 사찰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들이 복을 빌러 가는 것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보나마나 저들은 사람들의 병까지 기적적으로 치료했다는 시바난다에게 복을 빌러 온 것이 틀림없다고 김민우는 믿었다. “이게 요가 아쉬람이야?” 김민우는 투덜거렸다.

그는 시바난다 아쉬람이 요가의 네 가지 유형 중 두번째인 박티 요가를 주로 하는 곳임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철학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 갸나 요가도, 직업적 실천에 바탕을 둔 카르마 요가도, 명상을 주로 하는 라자 요가도 하기 힘든 수많은 대중들에게 가장 좋은 요가는 박티 요가이다. 한국 불교에서 많은 신자들에게 ‘착한 일을 하면 천국에 간다’고 가르치면서 보살행을 권고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렇게 쉬운 말을 통해서 가르침을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을 하는 등의 착한 일을 하고, 그것이 사회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시바난다 아쉬람 벽에 씌여진 ‘착한 일을 하라, 착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가르침은 박티 요가의 핵심이었다.  고운 사리를 입고 온 아주머니들이 박티 요가를 실천하기 위해 바친 헌금들은 이 아쉬람이 행하는 수많은 사회 복지 사업에 소중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김민우는 알지 못했다.

시바난다 아쉬람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김민우는 다리를 건너 락시미 아쉬람으로 갔다. 그곳은 아쉬람이라기보다 게스트하우스같은 곳이어서 돈만 내면 쉽게 머무를 수 있었다. 하루 천원의 숙박 요금을 내면 가로 세로 2미터 정도의 방 한 칸을 내어주는 고마운 곳이었다. 게다가 그 아쉬람 벽에는 ‘어떤 것도 좋거나 나쁘지 않다’라고 적혀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말과도 비슷하고 도덕경 2장에도 나오는 말로 지혜를 강조하는 갸나 요가의 중요한 가르침이기도 했다. 신의 세계엔 옳고 그름이 없으니 신과 합일을 위해선 옳고 그름이라는 인간적 판단을 뛰어넘어야 한다. 하지만 네 가지 요가의 길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아직 김민우는 몰랐고, 머리를 주로 쓰는 그는 갸나 요가 스타일에 자꾸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김민우는 ‘요가 아쉬람이 이 정도는 돼야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이 편했다.

김민우는 이 아쉬람에서 아침 아사나 체조를 시작했다. 그러곤 다른 여러 아쉬람에서 요가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강의를 찾아보자고 마음 먹었다. 이 아쉬람이 있는 거리는 온통 아쉬람들로 가득했고, 거리에는 피부가 하얀 외국인들이 인도인들보다 더 많았다. 이들을 가르치는 스승도 분명 많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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