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폭염만큼이나 남도의 관광인파 열기는 뜨겁다. 관광객 1300만 시대가 열렸다고 들뜬 여수 말고도 목포에서 부산에 이르는 남해안은 바야흐로 한국의 새로운 관광벨트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실제로 ‘밤바다’ 마케팅에 성공한 여수의 바닷가는 북새통이며 숙박과 음식이 동날 지경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여수시는 다양한 거리공연과 낭만포차, 불꽃축제 등을 파상적으로 배치해 해양관광도시의 정체성을 굳힐 전략이다.

차별화된 전략의 도시정체성을 강화해간다는 데에는 기꺼이 동의하지만 한편으로 십 수 년 전 제주에서 겪었던 세태풍경이 떠올라 걱정이다. 당시 제주공항에서부터 숙박업소, 관광지 곳곳에 ‘잘못했습니다. 바가지를 없애겠습니다’, ‘30% 할인해 반성하겠습니다’, ‘불편하시면 신고해주십시오’ 등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현수막이 도배하듯 걸렸다.

사정을 알고 보니 한때 우리나라 대표 신혼여행지로, 수학여행지로 자리하던 제주가 넘치는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에 불친절, 비위생적인 숙식업소가 기승을 부린지 불과 몇 년 만에 관광객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 급기야 지자체와 상인들이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환골탈태의 몸부림을 시작한 것이다.

발 디딜 틈 없는 밤 바닷가를 보면서 당시 제주상인들의 현수막 문구가 오버랩 되는 것을 떨칠 수가 없다. 저 관광객들이 돌아가는 길에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혹여나 불편하거나 불쾌했던 나머지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한다면 그 여파는 향후 1300만 명의 관광객을 막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소 불편하고 기대에 어긋났지만 그런대로 좋았어” 하는 편이라면 그 불편과 부족을 해소할 대책과 노력을 당국과 시민이 함께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야 지속가능한 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그런 노력이 ‘호미’라면 ‘가래’ 대책도 필요하다. 최근 국토부 ‘해안권 발전거점조성 지역계획 공모사업’에 전라남도와 경상남도가 공동으로 신청해 선정된 ‘남해안권 관광거점형 지역계획 시범사업’이 그것이다.

정부가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모한 이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남해안을 국제해양관광벨트로 개발해가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겠지만 대상지역인 전남 여수·순천·광양·고흥, 경남 통영·거제·남해·하동 8개 시군이 동서통합권, 우주해양권, 한려수도권으로 나뉘어 각기 특성에 맞는 스토리텔링화한 ‘관광루트’계획,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교통·관광 인프라 확충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전남도와 경남도는 행정구역이나 지역감정을 넘어서 하나의 관광거점으로 통합된다. 우주과학체험과 녹차와 정원, 해양레저스포츠, 밤바다, 섬의 문화와 전통, 예술이 이어지는 생태테마관광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테마와 공간이 넓어져 여유롭고 쾌적한 관광환경이 되면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또 찾고 싶은 관광지가 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서울, 강원, 나아가 중국, 일본, 유럽에서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려면 이 정도 벨트는 되어야한다.

사실 이런 구상은 전남 동부와 서부 경남 양 지역의 오랜 숙원이요 지향이었다. 그래서 역대정부마다 헛공약일지언정 남해안선벨트니, S프로젝트니, 동서통합지대니 하는 남해안 개발약속을 했던 것이다.
기왕 굴뚝산업을 사양하고 청정생태관광을 지향하기로 한 지역사회 합의를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큰 그림과 그릇이 필요하다. 서로 자기 그릇 채우는데 욕심 부리다 헛되이 흘리지 말고 우선 전남 동부권 만이라도 뜻과 머리를 맞대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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