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우리는 행복의 조건에 관심이 많다. 돈, 명예, 권력, 인맥 등 가진 게 많을수록 행복할 것처럼 더 많이 가지려고 아등바등 하면서 행복의 조건을 갖추려한다. 그러나 많이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릴수록 진정한 행복은 저만큼 멀어지기 쉽다.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에 늘 목마르게 되고, 원하는 것을 가진 후에는 또 다른 것을 얻기 위해 새 우물을 파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그런 목마름 없이 행복해 보이는 한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

무화(가명)님은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자녀도, 아내도 없이 홀홀단신이다. 가끔 동생이란 사람이 안부를 물어오기는 하지만 입소한 지 4년이 넘도록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지능이 낮아 공부도 제대로 못하셨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도, 마음에 드는 여성과 연애를 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보통사람의 잣대로 보면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과 나는 실버타운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무화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화님은 매일 날씨를 열심히 본다. 기상캐스터가 예쁘기 때문이다. 뉴스가 끝나면 방에서 나와 “내일 비온다요 비, 긍께 언능 빨래 걷어와야지. 바깥에 나가믄 안되제. 비옹께. 창문 닫아야제 비옹께” 하며 날씨를 생중계 해 준다. 또 날짜가 가는 것을 매일 세면서 그걸 확인하고 싶어한다. “말복이 하나, 둘, 서이, 너이... 몇일 남았제? 말복에는 닭잡아 묵제? 수박도 잘라주제? 날이 더운께 묵어야 써. 말복이 지나야 처서가 오제. 처서 지나믄 안더울거제?” 이렇게 날씨와 날짜에 관심이 많아서 늘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와, 우리 무화님, 말복 기다리시는구나, 맛있게 닭도 삶아드리고 수박도 썰어 드릴께요”하고 대답하면 온 얼굴에 주름을 가득 그리면서 환하게 웃는다. 그리곤 노래를 시작한다.

사실 무화님은 거의 하루 종일 입에서 노래가 떠나지 않는 사람이다. “맑은 하늘엔 별들도 많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로 시작해 찬송가와 가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를 하루 종일 흥얼거린다.
“무화 아부지 기분이 좋아요?”

“하, 기분 조오치. 보시오, 오늘은 비도 안옹께 빨래가 잘 마를거랑께. 긍께 기분이 조~오체”

“그럼 비오면 기분이 안 좋아요?”

“비온디 왜 기분이 안 좋당가? 비와도 기분 좋제 비가 오믄 시원항께 조~오체”

비록 가진 것도 배운 것도 많지 않는 사람이지만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아주 작은 것에도 정말 기뻐한다.
통장으로 들어오는 생계비로 시장을 보러 나갈 때는 평상시 집착하던 옷을 많이 사고 싶어한다. 바지 몇 개, 티셔츠 몇 개 사 오시는 날은 하루 종일 날아갈 듯 기분이 좋고, 노랫소리도 한 옥타브 올라가 있다. 그 적은 돈으로 직원들 먹으라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준다.

“나눠 묵어야제? 나만 묵으먼 쓰간디. 맛있제?”하며 또 다시 주름 가득한 웃음을 보여준다. 오늘도 주방에서 조리사가 식사 준비를 하는데 무화님이 다가와 조리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다. 조리사는 무화님의 얘기를 다 받아주며 함께 웃는 소리가 사무실까지 들려왔다. 사무실에서 그 대화를 들으며 우리도 함께 웃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은 무화님 같아요. 아무런 걱정 없이 저렇게 밝고 즐거우시잖아요.”

직원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무화님을 보면 사람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다. 우린 모두 행복을 말하지만 정말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은 빈손에 가까울수록 더 행복해 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쥔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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