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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무뎌지지 않기를…”■‘안산, 통곡과 기억의 도시를 가다.
김미숙 시민기자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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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호] 승인 2016.07.28  17: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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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이 막막한 이 나라의 현실을 보며 2014년 9월에 순천YMCA가 지역사회에 제안하여 매월 16일에 “세월호를 기억하고 나누고 치유하는 순천시민모임”을 시작하였다. 지난 7월 16일은 마침 토요일이어서“안산순례”를 진행하였다.
매월 16일에 열리는‘세월호를 기억하는 순천시민모임’에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인생을 사는 이유를 가진 자는 인생의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다’고 철학자 니체는 말했다.

견디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니체는 말하고 싶었을까. 105분 간의 세월호 침몰을 지켜본 사람들의 고통은 이제 그저 지나가는 형식적인 감정의 일상이 되었을까. 아니면 살아가는 이유를 중얼거리며 견디고 있을까? 그날의 오보는 견디고 살아내야 하는 정점을 지났다.

안산 ‘4․16 기억저장소’는 낡고 오래된 건물 3층에 있었다. 아래층엔 어른들 모르게 혹은 친구들과 주먹다짐을 하고, 삐딱한 마음을 달래려고 들락거렸을 피시방이 여전히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 안산 고잔동에 위치한 ‘4·16 기억저장소’

한 번 성질 부려 발로 차면 와장창 떨어져 나갈 것처럼 계단 옆의 허술한 화장실 유리문에 흐릿한 실루엣을 만들면서 오며가며 얼마나 폼재기를 했을까. 들고 온 우산에서 눈물처럼 빗물이 기억저장소 오르는 계단으로 떨어졌다. 자식의 죽음을 지관으로 만들어 설명하는 엄마는 좀 담담해 졌을까…

   
 
아이들은 죽은 아이, 살아온 아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로 정리되어 나란히 있다. 오늘이 생일인 아이들 몇 명은 죽어서도 무리지어 웃고 있었다. 차마 생일 축하 글을 써 붙일 수 없었다.

   
 
찬찬히 살펴보는 것은 고통이다. 아이들의 얼굴은 복숭아꽃처럼 연분홍빛이다. 무섭고 캄캄하다면서 세상에서의 마지막이 되었던 목소리는 지하세계의 무정한 신 하데스에게만 들렸던 것일까. 그 일각의 순간에 구조 전화를 하고, 기다렸고, 사랑한다고, 꿈이 있다고 외쳤다. 탐욕의 끝을 죽음으로 채우려고 도망자를 먼저 구했을까. 아이들은 헬기의 날개짓 소리만 요란했던 허공을 바라보며 기다리다 야만과 탐욕이 소용돌이쳤던 이승의 여행을 마쳤다. 아버지는 절체절명의 그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자신의 머리 속을 파내고 싶다고 했다.

   
▲ ‘4·16 기억저장소’내부. 천장에는 별이 된 아이들의 별 등이 걸려 있다.
   
 

   
 
단원고는 4월의 이른 녹음에도 그늘을 만들어 낼 것 같은 나무들이 빽빽한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의 집이 대부분이었을 학교 주변의 낡은 단층 아파트는 고단하지만 삶은 기대고, 먹고, 마시고, 싸우고, 구토하고, 다독거리는 일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비탄의 기억이 흩어져 박혀있는 이 먹먹한 도시는 치유될 수 있을까. 7월 장마 오보는 계속되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고 했지만 가는 빗줄기와 무거운 침묵과 슬픔만이 기억저장소와 학교 가는 길에 함께했다.

아이들을 바다에서 건져 올릴 때마다, 엄마는 바닷가 끝에 서 있었다. 아들이 입고 간 옷은 평범했다. “헐렁한 운동복이라도 메이커 있는 옷을 사 줄걸…” 가난한 엄마는 비통함을 견디고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억지로 죽지 못하니 헛개비 같은 모진 날들을 이어가고 있을까.

2년이 훌쩍 지났다. 몸이 아파 수학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아이도 친구들을 따라 갔단다.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와 바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몇 사람이 아이들의 뒤를 이어 떠났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분향소 앞 마당에 성직자가 꿈이었던 아이를 위해 작은 성당이 세워졌다. ‘죄를 고백하면 용서해 준다’는 신은 자식의 영정 앞에 놓여 있는 “죄 많은 아빠가…”라는 짧은 통절의 문구를 보고 어떤 죄사함으로 위로를 주실까…

   
▲ 화랑 유원지 분향소에 있는 작은 성당- ‘죄를 고백하면 용서해 준다’는 신은 자식의 영정 앞에 놓여 있는 “죄 많은 아빠가…”라는 짧은 통절의 문구를 보고 어떤 죄사함으로 위로를 주실까…

학교는 아이들을 이제 밖으로 보낸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놓고 간 눈물의 꽃들도 시들어 쌓였다. 생생한 기운이 사라진 교실 의자에 걸쳐진 교복 상의가 아직 그대로 있다. 들뜬 마음에 미처 닫지 못하고 떠났을 열려있는 사물함, 밑줄 치던 색색의 예쁜 볼펜이 가득 든 필통도 노란 리본 아래 열일곱살 푸른빛으로 영원히 남았다.

   
 
   
▲ 단원고 교실
   
▲ 단원고 교실

조선후기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 아이들이 뛰어 다니던 복도에 줄줄이 걸려있다. 재치 넘친 그림을 보고 깔깔대며 화가를 꿈꾸었을 아이도, 교실 창문을 거울삼아 몸을 흔들며 춤꾼을 꿈꾸었을 아이도, 어떤 꿈이라도 빛났을 창창한 아이들은 모두 별이 되었을까.

기억은 그 자리에 있을 때 새록새록 솟아나고 잘못된 것을 더듬고 이해하고 고칠 것이다. 아이들은 떠나고 부모는 차와 사람이 가장 많은 길목에 자리를 잡고 호소하고 있다. “왜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나요?”

세월호 기억저장소는 상황과 인력으로 배치하다 보니 세군데(안산, 제주, 서울) 나눠져 있고. 단원고 교실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화랑유원지 분향소는 아이들의 생일 축하 알림판이 침묵 속에 흐르고 있고, 반대편 전광판에는 아이들의 꿈을 적은 몇 마디의 글귀가 가느다란 빛이 되어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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