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광장신문의 창간호부터 필자가 써 온 농업칼럼을 되돌아보니 희망적인 글보다는 한국농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호에도 그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앞으로는 희망적인 농업의 미래상도 함께 제시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80년대 초 한국의 농민인구는 1000만 명에 가까웠지만 불과 30여 년 만에 그 인구수가 290만명으로 대폭 감소하였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100만 명대로 농민인구가 감소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농민들만의 목소리로는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국민과 함께, 시민과 함께 농업과 농민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운동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으면 진행되고 있습니다.

‘푸드 인플레이션’은 농업이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주는 개념입니다. 한국이 매년 추석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물가를 발표하는 것처럼 미국 또한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의 만찬비용을 계산하여 발표하는데 그 비용상승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자료가 미국농업협회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 최대 농업수출국인 미국에서까지 식량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이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등장한 것이 바로 ‘푸드 인플레이션’입니다.

이러한 ‘푸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세계 식량수급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식량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거나 심지어 이상기후로 생산이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녹색에너지 정책에 따라 옥수수 등의 곡물에서 에탄올을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사료로 사용되는 양보다 에탄올생산에 투입되는 옥수수의 양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셋째, 식량 즉 곡물이 국제 금융의 투기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증권시장(주식 및 채권)이 불황에 빠지자 헤지펀드나 기관투자가들이 곡물까지도 투기의 대상으로 삼아버려 가뜩이나 수급불균형에 빠진 국제곡물시장을 도박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푸드 인플레이션’은 책에나 나오는 박제화된 단어가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살아있는 괴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에 반하여 한국의 상황은 엄중합니다. 쌀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은 3.7%에 불과하며 특히 콩, 옥수수, 밀은 90%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연해주나 만주와 같이 해외농업기지 건설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곡물파동 때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자국 내에서 곡물파동이 일어나면 그 해당국가는 곡물수출금지로 대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결국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해외의 농업기지에서 생산한 곡물은 그림의 떡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처럼 ‘푸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방법은 국외에서 찾을 수 없으며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이외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끊임없이 곡물자급률을 높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곡물자급률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곡물자급률이 법제화된다면 계획을 세우고 예산과 노력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올 것입니다.

‘푸드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농민뿐만 아니라 시민이 앞장서서 곡물자급률의 법제화를 주장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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