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은 남도의 명산으로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는 불교문화의 중심이며, 순천사람의 주요한 삶의 터전이다. 
순천시 송광면 출신인 김배선 씨는 약 15년 동안 조계산과 그 주변 마을을 누비면서 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현장을 답사한 자료를 토대로,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이 책 주요 내용 중 일부를 김배선 씨의 동의를 받아 순천광장신문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연재한다. 편집국


 범바위(虎石) 


▲ 김배선 향토사학자
조계산 범바위는 장군봉의 동쪽으로 소장군봉(중봉)을 향하는 길에서 70~80m 정도 내려가면 있다. 선암사를 내려다보는 자세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범바위의 크기는 높이가 5~6m, 아래의 폭이 10m 정도의 크기이지만 가파른 경사에 자리하고 있다. 종전에는 멀리 있는 선암사의 괴목마을에서 바라봐도 장군봉의 왼쪽 줄기에 있는 것처럼 크고 선명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잡목의 가지에 가려져 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범바위의 모양을 구별하기도 어렵고, 상징성은 물론 존재마저도 잊혀가고 있다.


▲ 범바위 측면
▲ 범바위 정면

선암사에 보관 중인 1700년대의 기록물 『대각국사중창건도기』를 보면 청룡 줄기의 상단에 바위그림과 虎石(범바위)이 고어로 표기되어 있다. 기문의 산세 설명 에도 “좌측에는 범바위가 있고 우측에는 신선바위(배바위)가 있다”(左有虎石 右有仙巖)라 하고 있어 범바위가 배바위와 함께 선암사의 산세에 대칭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기물로 여겨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계산 범바위에서 바라본 선암사

범바위 위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면 선암사와 옥녀봉을 일직선에 두고, 그 사이로 상사호의 한 줄기가 호기있게 달려오다가 옥녀가 장군에게 바치는 술잔(잔재 섬) 앞에서 더 이상 무례를 범할 수 없음을 인식한 듯 조용히 멈추어 예를 갖추는 형상이다. 범바위는 또 선암사를 중심으로 대승암(남암)과 운수암(북암)이 조화롭게 좌우로 날개를 벌리고 있는 선암사의 빼어난 경관과 지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기도 하다.   


지경터


‘지경터’는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산길 중간의 남쪽을 향한 골짜기 개울과 보리밥집 일대를 일컫는 이름이다. ‘지경터’란 이름은 한자어 ‘地境’ 즉, 땅(지역)의 경계와 우리말의 ‘자리’를 뜻하는 ‘터’가 합쳐진 말이다.

‘지경’은 송광사와 선암사의 중간인 이 골짜기를 흐르는 개울이 경계라는 뜻인데, ‘터’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자리 잡은 이후 수 백 년 동안 사람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으므로 집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의 집터와 선암사와 송광사를 왕래하는 사람들이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의미의 ‘쉼터’의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터’자를 붙여 ‘지경터’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 조계산 보리밥집
▲ 발전시설로도 이용되었던 보리밥집 물레방아

이 일대를 지경터라고 부르게 된 것은 조계산의 동쪽과 서쪽에 선암사와 송광사라는 구역 나눌만한 큰절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그 중간 지점에 주위에 사는 사람들과 두 절 사이를 오고 가는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붙여졌다.

잊혀지는 우리의 옛 이름을 지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는 의미에서라도 이곳의 이름을 단순히 보리밥집이라고 하기 보다 지경터와 함께 불려 지면 좋겠다. 지경터에 있는 개울에 놓인 다리의 이름도 양쪽 먼 곳의 산등성이 잘록이가 계곡으로 내려와 다리 이름을 차지한 것이 어딘지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다. 만약 이곳의 이름을 잘 몰라 그렇게 되었다면 앞으로는 ‘지경(터)다리’가 제격이라 생각한다.
‘지경터’, ‘지경터다리’, ‘지경터 보리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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