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새 출발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고 자립을 시작하는 시기, 갈대 숲 어디에선가 알에서 깨어나 어미의 보살핌을 끝낸 물총새 한 마리가 아직 눈가에 솜털도 떨구지 못한 채 사무실 앞 나무에 내려앉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새들은 참 여리면서도 강하게 세상살이를 시작하는 것 같다. 내 어린 날의 얼굴, 잔불처럼 후더분한 바람 한 줄기가 순천만 갈대숲으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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