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 새로운 교육

이 글은 사랑어린배움터에서 지난 6월에 가진 학교설명회 때 관옥 이현주 목사가 참석자들에게 한 강연을 정리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 우리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순천광장신문에 게재합니다. 이현주 목사의 강연은 이재심 조합원이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새천년에 들어선지 벌써 16년 지났습니다.
1999년 12월 31일에서 2000년 1월 1일로 들어오던 그 24시간을 기억하시나요?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다 기억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지냈나요? 다 ‘새천년, 새천년’ 했어요. 영어로 ‘New Millennium’ 이런 말을 많이 썼어요. 이제부터 천년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말이에요.

사람의 생각에는 힘이 있습니다, 에너지에요. 생각 자체가 에너지입니다. 오늘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이런 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마 누가 했을거예요. 아마 혼자 했을 거예요. 똑같은 생각을 하나, 둘, 셋 하고 두 사람이 동시에 할 수는 없어요. 누군가 처음에 오늘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이런 모임을 갖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거예요.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요. 그 사람이 그 생각을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얘기한 거죠. 이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생각을 받아들이고 동의한 거예요. 동의했다는 것은 그 생각을 나와 일치시킨 거예요. 그러다 보니 오늘 이런 모임이 만들어진 겁니다. 그러니 생각에 힘이 있지요?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이 어떤 사건을 일으켰는지, 만들었는지. 어떤 여자를 보고 저 여자 참 좋다, 사귀고 싶다, 생각이 들어요. 가서 작업을 건단 말이에요. “차 한 잔 합시다” 뭐 이렇게 해서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얽혀서 부부가 되는 거예요. 살다보니까 아이도 생기고.

생각이라고 하는 게, 대단한 겁니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이 생각을 누가 얘기해서 그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그 힘은 엄청난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학자들 얘기로는, 지구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게 백만 년이 되었다고 그러는데, 전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이 인종 관계없이, 남녀 관계없이, 나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한 가지 생각을 했다는 것은 지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1999년에 와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한 날을, 24시간을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새천년을 동시에 맞이한 것입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도 어쨌든 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었다. 천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세기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힘이 어떻겠어요? 어마어마한 거지요. 자기들이 그런 줄을 머리는 몰라도 이미 새천년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고 생각한다면 새천년은 안 올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미 왔다고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천년일까? 좀 더 살아보면 확실히 알겠지만 제가 볼 때는, 지금까지는 머리로 생각하고 머리로 판단하고 머리로 분석하는 이 능력이 특출한 사람이 사회를 지배했어요. 그러나 앞으로는 머리보다 더 중심인 인간존재의 가장 중요한, 가슴을 사랑하는 그런 세상으로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머리 좋은 사람이 세상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가슴을 움직이는 사람이 이 세상의 지도자로 나설 때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머리보다 가슴이 훨씬 더 정직하거든요. 여러분 경험으로 아실 거예요. 말보다 생각보다 가슴은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말로는 내 속에 없는 말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얼굴이 벌겋게 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죄어오거나 그런 것은 막을 수가 없어요. 감추긴 쉬워도 그것은 더 깊은 차원에서 인간의 몸과 삶을, 인간을 지배하는 거예요. 그래서 머리 좋은 사람이 학교에서 우등이라고 말하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그랬습니다. 머리면 다 머리지 좋은 머리 나쁜 머리가 어디 있느냐고 생각합니다만. 보통 머리가 좋다는 말은 기억력이 좋다는 것이에요. 한번 들은 것을 잘 안 잊어버린다. 그런 사람을 우리가 머리 좋다고 그랬어요. 그런 아이들이 매번 우등상 받았어요. 친구가 아픈데 돌봐주려 하고 그런 것은 시험에 없어요. 점수도 매길 수가 없고. 그런 거 보다는 점수. 시험점수는 기억력만 좋으면 높아지게 돼있어요. 그런 거 가지고 우열을 가리고 그런 거 가지고 지도자 되는 시대는 끝나고 있고, 끝나지 않으면 비극이에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가슴으로, 그렇다고 머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에요. 머리도 중요하지만 가슴이 더 먼저 벌렁벌렁하는 그런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어요.

짐승과 사람의 차이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사람은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기도를 합니다. 마음으로 하늘과 닿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호흡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하늘과 소통하는 것. 단군신화에도 보면 곰이 인간이 됐잖아요. 곰이 사람으로 바뀐 것은 백일동안의 기도에요. 그것이 짐승을 사람으로 만든 거예요. 그럼 기도하지 않으면 사람이 안 된다, 짐승과 마찬가지다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죠.

 
이제는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훈련시키는 거예요. 그것을 달라이라마는 Education of Heart라고 했어요. Heart Education. 지금까지는 머리 위주로  뭘 많이 아는 것, 지식을 많이 쌓는 것, 남들이 모르는 것을 더 많이 아는 것을 가르쳤어요. ‘아는 게 힘이다’라고 써서 벽에다 붙였어요. 그런데 아니에요. 동양선인들에 의하면 식자우환이라, 아는 게 탈이에요. 선인들의 가르침은 알되 뭘 어떻게 아느냐가 뭘 얼마나 아느냐보다 훨씬 중요했어요. 함께 살아가면서 나와 일치되지 않는 친구와 어떻게 서로 조율하며 살아갈 것인가, 누가 내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날 위해서나 저 아이를 위해서나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은가, 피차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을 생각하느냐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가, 이것이 훨씬 중요하고 이것을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거예요. 조화롭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되는 거예요.

이제 웬만한 지식 같은 것은 머리에 넣을 필요가 없어요. 그런 시대가 됐어요. 전에는 알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져보고 그래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지식은 그 안에 다 있어요. 궁금한 것은 다 알 수 있어요. 그걸 굳이 우리 머릿속에 넣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그 시간에 우리 가슴을 좀 깨끗하고 맑게 하자, 순화시키자 하는 거예요. 정말 사람들이 조화롭게, 힘 있는 아이가 힘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깔아뭉개고 업신여기는 게 아니라,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도와주고, 이런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거예요. 낡은 세대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고 지금 그것이 교육에서 가장 먼저 출발해야 되는 거지요.

정리: 이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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