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한국이 여기 일본 옆인가요?” 작은 수첩에 달린 세계 지도를 꺼내 돋보기 안경으로 보면서, 비하르 요가 대학교의 철학 교수는 물었다. “삼숭? 이것도 한국 거죠?” 그는 삼성전자 휴대폰을 꺼내 보이면서 물었다. 자신을 찾아온 외국 손님에게 그 나라에 대해 자기가 아는 것을 조금이라도 말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호의를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김민우도 잘 알고 있었다. 회계사 시절 다녔던 영어 학원에서 그는 영어 학원 선생들의 출신 국가에 대해 이런 저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그걸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철학 교수의 호의에 긴장된 마음이 누그러졌다.

비하르 요가 대학교에서 카르마 요가로 청소를 같이 하던 사람들에게 김민우는 여러 질문들을 했고, 그들은 이 철학 교수에게 찾아가 보라고 권고했다. “몇 가지 질문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첫째는 신이라는 겁니다. 여기 도서관에서 요가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니 신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습니다. 그럼 저는 요가를 진심으로 수행할 수 없는 걸까요?” 김민우는 솔직하게 물었다. “두번째는, 윤회입니다. 요가 수행의 목적은 깨달음을 얻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또한 요가를 수행하다가 설령 깨달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 공덕은 다음 생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희망을 주는 말이긴 한데, 저는 윤회를 믿지 않습니다. 죽으면 끝이지, 죽은 다음에 무슨 생이 있겠습니까?”

“어려운 질문이군요. 그래, 당신이 생각하는 답은 무엇인가요?” 철학 교수는 소크라테스처럼 질문을 역질문으로 답했다.

“신이나 윤회라는 것들은 모두 어떤 개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지금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죠. 모두가 이야기일 뿐입니다.” 김민우는 대학생 때 철학 동아리에서 배웠던 미셸 푸코의 담론학을 이야기했다. 그의 신념이기도 했다.

“맞는 말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철학 교수는 쉽게 답했다.

“그럼, 이 대학교를 만드신 사티아난다 선생님이나, 그 스승님인 시바난다 선생님은 왜 신과 윤회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그렇게나 많이 얘기했죠? 만일 그런 것들이 죄다 개념에 불과한 거라면요?” 김민우는 이 질문을 하면서 다시 대학생 때의 사상 투쟁에 빠져 들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느꼈다. 자기가 지금 뭔가를 자꾸 논리적으로 따지고 있는 것이다.

“간단합니다. 그것이 사람들을 평화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스승님들은 깊은 명상을 통해 그런 개념 너머의 세계를 통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 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신과 윤회라는 개념도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다행히 철학 교수의 이야기는 철학이라기보다 요가에 가까웠다. 논리라기보다 통찰이며, 이해라기보다 경험이었다. 덕분에 논리적 투쟁에서 비껴날 수 있었다.

철학 교수와의 문답에서 새로 배운 이론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어쩌면 이런 대화에서 답을 얻을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진실은 논리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학교의 4개월 코스는 10월에 시작한다. 2월말인 지금부터 7개월간 다른 곳에서 배울 필요가 있었다. 이 대학교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리시케시라는 곳을 추천했다. 리시케시에는 이 대학교 설립자인 사티아난다의 스승 시바난다가 세운 아쉬람이 있었고, 다른 여러 아쉬람들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요가의 다양한 수행 방법을 죄다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교에서 일주일을 머물고 리시케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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