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관료 나향욱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보며

2016년 7월 8일(금) 늦은 10시쯤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일반 대중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말이다. 교육부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공무원이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하고, 교육정책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은 나향욱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박근혜 정권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은 교육계에 함께 몸담고 있는 나를 한없이 부끄럽고 나약하게 만들어버렸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처음 태동할 때 “교사가 왜 노동자야? 스승임을 포기하고 왜 하찮은 노동자라며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사가 노동자면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겠어?”라고  온갖 행정기관을 동원해 전교조 창립을 방해하고, 1500여 교사를 파면 또는 해임했던 곳이 바로 교육부였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전교조는 학교 행정의 민주화와 부패 척결, 학생의 인권 신장 등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교에서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되지, 전교조가 너무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우리 교사들도 제발 학교에서 아이들만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는 교사들이 연서명하여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니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관련자를 발본색원해 징계하겠다고 하는 곳이 교육부이다. 단원고 학생을 포함 300여 명의 희생자가 있어도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면 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라는 것인가? 나향욱의 말대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라고 가르칠 것인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노동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학생들에게 정규교육 때 노동의 의미와 노조의 역할을 가르쳐야 한다. 상위 1%의 지배논리가 아닌 인간 본연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동에 대해 당당히 가르쳐야 한다.

최근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재벌들의 각종 비리 등은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있다. 이정현 국회의원의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당시 세월호 언론보도 통제나 “국정교과서를 반대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는 발언 등은, 현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국가백년지대계를 설계하고 추진하는 기구라기보다는 유신시대의 낡은 가치관과 상위1%를 대변하는 교육체계를 공고히 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우리사회는 학벌, 지연, 성별, 고용형태, 경제력 등으로 인한 일상적인 차별이 제도화·구조화 되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교육철학이 빈곤한 고위공직자들에 의해 교육정책이 좌지우지 되고, 교육부가 정권에 예속된 상태에서 전횡을 일삼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 정부조직법을 개편하여 교육부를 해체해야 한다. 그래서 정권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GDP의 일정한 비율을 예산으로 편성해서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는 교육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비판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진정한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순천금당중 교사 강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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