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채영 조합원에게 2009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해였다. 그린순천21추진협의회에서 마련한 기후해설가 과정에 참여한 후 수료와 함께 지역의 환경을 지키는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 왔던 그이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남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그린해설가 과정을 마친 이후에는 나눔장터를 진행하거나 부녀회와 함께 이엠비누 만들기, 자연환경해설가로 초등학생 대상 생태기행을 진행하고, 아파트에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활동,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사, 멘토링 등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약을 한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생태, 환경이라는 말이 유독 좋았다.

▲ 그린순천21추진협의회에서 진행하는 그린리더 양성과정에 강사로 참여했다.


건강 위협받고서 환경에 관심


그린순천21추진협의회에서 그린해설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환경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건강을 위협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2008년에 이하선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했다. 생소한 질병이라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자신의 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당시는 마흔 살 젊은 시절이라 암이라 해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의 그가 늘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한 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아 주변에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몸이 아파도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심정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 가만히 몸을 살핀다. 가끔 지나치게 피곤하거나 특별한 곳이 아프면 암이 전이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건강한 순간을 최대한 누리며 살자는 생각이다.

▲ 등산이 취미였던 시절의 손채영 조합원.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는 그에게 물었다.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한다고 얻는 것도 없을텐데, 왜 그렇게 헌신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는가?”
그이는 “내가 조금만 고생하면 여러 사람이 행복해 하니까요.”

많은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 행복하라고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이는 보기 드물게 이웃을 위해 헌신한다. 원래 부지런한데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하나 둘 배워 온 재능이 많아 누군가 요청하면 거절을 하지 못하다 보니 일이 점점 많아졌단다.

그의 새로운 관심‘지역화폐’

그는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강의는 곧잘 찾아 듣는데, 강연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부을 때가 있다. 지난 2013년 곡성에 살고 있는 과천품앗이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영희 선생님으로부터 지역화폐 강연을 들었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바이얼린 연주자나 집안청소나 똑같은 노동으로 취급하고 시간당 똑같은 지역화폐로 품을 거래한다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역화폐 거래를 통해 그런 세상을 꿈이라도 꾸어볼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났다. 자신이 노력하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의 중심에 돈이 있는 삶을 계속 살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에 그쳤다. 그런데 지역화폐 강의를 들은 뒤에 뭔가 행동으로 옮겨 보고 싶어 그 해에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판을 벌였다. 동네에서 장터 겸 축제를 연 것이다.

지역화폐를 동네에서도 적용해 보고 싶었던 그이는 그동안 동네 사람들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을 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왔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뭔가 재미난 꺼리가 있어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습제 만들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돈가스 요리 같은 것을 함께 배우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보호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동네에 이런저런 재능을 다 풀고 나면 또 다른 배울 것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올해는 순천대학교에서 열린 강좌 중  천연화장품 자격증을 땄다. 또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축제를 열었는데, 200여 명이나 모이는 축제임에도 처음에 혼자서 기획하고, 짐 나르고, 행사를 진행하다시피 했다. 고생하는 그를 도와주는 이웃이 한 두 사람 늘어나다가 이제는 제법 많아졌다.

요즘은 공동체 활성화 사업과 초등학생들과 동네에서 노는 프로그램인 ‘나무랑 놀자’를 진행하며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지고 있다. 어떤 날은 천연 비누를 만들어 동네 노인들에게 나누어 드리고, 어떤 날은 EM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누고, 카네이션 만들어 요양병원에 가져다 드린다.

동네에서 하는 활동은 만나는 인연에 따라 다채로워진다. 사람들이 지칠만하면 하루는 감자샐러드 만들어 먹고, 또 하루는 돈가스 만들어 먹으며 매일 매일 여행처럼 재미나게 살다보니,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돼 가슴 벅차다고 한다.

힘을 모으면 안 되는 일 없어

그는 동네에서, 그린해설가 활동으로 늘 바쁘게 살면서도 공동체를 북돋을 일이 생기면 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솔방울로 팔찌 만들기, 팝콘 튀기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수공예품 만들기, 자전거 발전기로 솜사탕 만들기 등 그 내용은 말을 꺼내자마자 금방 풍성해진다. 하루 밤 자고나면 샘솟는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 손채영 씨(사진 오른쪽)는 협동조합이 잘 되었으면 해서 의료생협, 순천언론협동조합, 전남햇빛발전협동조합, 순천아이쿱생협 등 네 군데 협동조합에 가입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 사진은 순천아이쿱생협이 주최한 요리대회에서 대상 받고 한 컷~~

“즐겁게 활동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고 나면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과 주변에서의 칭찬 한마디가 나에게 피로회복제가 된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하룻밤 자고나면 잊어버린다. 스스로 뭔가를 했을 때의 기쁨과 성취감도 크다”고 한다.

그는 재능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더 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배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배운 것을 바로 활동으로 적용하다 보면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그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머리가 무겁고 미래 세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순천아이쿱생협과 순천언론협동조합에 가입한 것도 “우리들 때문에 피해를 볼 미래세대에 대한 미안한 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란다. 자신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면 땅이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어서란다. 손채영 씨를 보면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스스로 서고자 하면 다른 사람을 서게 하고, 스스로 통달하고자 하면 다른 사람을 통달하게 하라.’ 그이가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은 전체를 빛나게 하지만, 먼저 그 자신을 더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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