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가 수행자의 결혼과 이혼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 장용창

비하르 요가 대학교는 장엄하게 휘돌아가는 갠지스 강가의 언덕 위에 있었다. 영화 와호장룡에서 아름다운 장쯔이가 구름 위로 뛰어내린 사찰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김민우는 생각했다. 넓다란 잔디밭에서 맨발로 걷기명상을 하고 있노라면 그 순간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처럼 마음이 고요해질 정도로 평화로운 곳이었다. 사람 손이 닿는 높이에 둥지를 튼 새들도 있을 만큼 비폭력을 철저히 실천하는 곳이기도 했다. 모기가 많은 게 단점이었지만, 하타 요가의 8단계 중 5단계인 감각으로부터의 자유를 연습하기에 모기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대학교에서 김민우는 단기 방문객 신분이었다. 리키아 아쉬람을 떠나면서, 행정을 담당하는 스와미가 기부금을 내고 싶은지 물었을 때, 김민우는 회계사답게 복잡한 손익계산을 머리 속으로 하고 있었다. 리키아 아쉬람은 비하르 요가 대학교와 리시케시의 시바난다 아쉬람 등은 물론 전세계적인 여러 요가 교육 기관과 관련되어 있었다. 당장 비하르 요가 대학교에 가는 추천서도 리키아 아쉬람에서 받아야 했다. 그러니 리키아 아쉬람에 잘 보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김민우는 약 20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기부했다. 인도와 한국의 국민소득 수준을 비교했을 때 나오는 하루 생활비 5천원에 체류 기간 40일을 곱한 금액이었다. 자신이 지출한 돈의 액수에 따라 자신이 받을 사랑이 결정된다고 믿을 만큼, 아직 김민우는 신의 손길을 몰랐다. 더욱이 그는 그의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대학교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대학교는 단기 방문객들에게 자발적인 기부가 아니라 정해진 체류 비용을 받았는데, 하루 2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리키아 아쉬람의 카르마 요가는 어땠어요?” 독일의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친다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 방문객이 비하르 요가 대학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김민우에게 물었을 때까지 김민우는 자기가 리키아 아쉬람에서 카르마 요가를 ‘살아냈다’는 것을 몰랐다.

“카르마 요가가 뭐죠?” 모르는 걸 솔직하게 묻는 건 김민우의 장점이었다.

“혹시 부엌일하고 청소하는 일 안 하셨어요? 그게 카르마 요가예요.” 독일 교수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게 요가라구요?” 육체 훈련과 명상 정도만을 요가로 생각하던 김민우가 놀라 묻자, 교수는 친절한 답을 이어나갔다. “사람들의 스타일에 따라 그에 맞는 요가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크게 네 가지로 나눠요. 갸나 요가는 지혜, 박티 요가는 사랑과 봉사, 카르마 요가는 직업적 실천, 마지막이 명상 중심의 라자 요가죠.”

“직업적 실천이라는 게 어떻게 요가가 될 수 있는 거죠?” 김민우는 처음으로 요가를 학문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워서 계속 물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 행동은 자기가 하는 게 아니라 신이 자기를 통해서 한다고 믿는 것이 카르마 요가의 핵심이죠. 그렇게 하면 윤회의 원인인 카르마를 만들지 않게 되죠. 왜냐하면 내가 행동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카르마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삶을 살면 순수한 마음이 되어서 신과 합일되는 경지까지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아름다운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럼 아쉬람에서 감자 깎는 것이 어째서 카르마 요가에 해당하는 거죠?” 김민우는 계속 물었다.

“그것이 일이니까요. 감자를 깎을 땐 그냥 감자만 깎는 거죠. 마치 걷기명상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하는 것처럼요. 바가바드기타에서 군인인 아르주나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의무인 적군 죽이기를 열심히 한 덕분에 깨달음을 얻죠? 그게 카르마 요가의 패러독스이면서 가장 전형적인 사례인 거죠.”

여기까지 들었을 때, 범사에 감사하라는 로마서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김민우는, 리키아 아쉬람의 성직자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45일 동안 매일 한번씩 바가바드기타 15장을 10분 동안 소리 내서 읽었지만, 산스크리트어로 읽었기 때문에 그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여성 앞에서 바가바드기타에 대해 한 마디도 못하는 걸 부끄럽게 여겼다.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인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다고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점심 시간이 다 되어 다음으로 미루었다. 비록 단기 방문객 신분이긴 하지만,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는 자신의 질문-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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