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형제를 둔 엄마입니다. 둘째가 전문계 고등학교 1학년인데 요즘 등교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학교에는 가야 할 것 같아서 옆에서 채근하면 엄마인 저에게 거칠게 대들기도 합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선생님이 싫다고 해요. 선생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원인은 제 아이의 덩치 큰 신체적 조건 때문이라고 아이 말로는 그래요. 집에서도 아들은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편이에요. 집안에서는 아버지가 좀 엄한 편이라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항상 그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성격입니다. ‘아빠가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해요. 형은 공부를 잘해서 남들이 말하는 명문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애는 형을 어려워하고 있어요. 집안에서나 학교에서나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둘째 아이를 위해 저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했어요. 만나는 친구들은 주로 중학교 동창들인 것 같아요. 그들과는 각별하게 지내는 모양인데 반면 고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는 별다른 교제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도록 그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려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님의 심정은 안타까운 마음과 걱정으로 가득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아들에게 어떻게든 학교에 가게 하려고 할 수 있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 없는 아들의 모습에서 부모님으로서의 좌절 또한 경험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걸음 물러나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문제의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현명함이 요구되며 이런 과정을 통해 그 문제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먼저 아들이 등교거부를 함에서는 몇 가지 상황적,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부정적인 시각입니다. 쉽게 타인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외모로 인해 행동의 제약을 받고 문제의 소지가 있을 때마다 주위의 더 큰 이목이 쏠림으로써 느끼는 심적 부담감 역시 학교생활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장애요소로 작용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학교 선생님과의 갈등 역시 깊어졌겠지요.

또 다른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학교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파생된 행동입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는 달리 자신 혼자서 이러한 열등한 집단에 남겨졌다는 데서 오는 자신에 대한 불만족, 학교에 대한 소속감 결여와 같은 감정이 얽혀있을 것이고, 집안에서는 형과 비교되는 자신의 부족한 모습 또한 자신을 약하게 만들고, 학교에서나 집에서의 생활이 원만하게 유지되지 못하게 한 이유로 작용했을 가능성 또한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낮은 자존감 상태에 놓인 아들에게는 주위에서의 충분한 지지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이에 있어서 주요한 지지기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일 것입니다. 나에게 엄하게 대하시는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믿고 있는 현재 아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상호작용의 형태에서 각자의 그 이면에 있는 심리 상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문제의 해결과 발전된 관계로 나아가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관계에 있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감정의 벽을 없애기 위한 대화의 시도가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어머님 역시 현재 아들에게 있어 지지체계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위치에 계신 만큼 아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이에 있어서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어머니의 양육방식은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아들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는 자칫 아들에게는 지나치게 자신을 통제하는 듯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들의 장점을 살펴보려는 노력으로 아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아들의 중학교 때 친구들 역시 중요한 지지기반으로서 아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시기 건전한 주위의 친구는 서로의 모습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하기 어려운 말이 있을지라도 이들 사이에는 충분히 수용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친구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방법일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도 고려해 볼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아들에 대한 현재의 자세한 상황을 설명한 후에 선생님의 관심과 협조 또한 요청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요구되는 것은 아들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일일 것입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서 보이는 아들의 거친 행동을 문제시하기 보다는 이전보다 더욱더 이해해 주길 바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가족 서로 간에 유대관계를 더욱더 공고히 다져 나가는 기회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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