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배
광양소공인지원센터 매니저
1. 6월 13일, 광양 옥곡역 광장에서는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아듀, 옥곡역 고별 콘서트’

옥곡역과 맺은 인연 중 음악동호회 활동을 하는 한 사람이 기획한 일이 지역주민에게 알려지면서 옥곡역 폐역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뜻 깊은 행사였다. 행사장인 옥곡역 주변엔 옥곡초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시와 그림이 전시되었다.

콘서트는 저녁7시에 시작하였는데, 참석자 중 150여 명은 밤 10시 18분에 옥곡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하동역으로 향했다. 준비한 버스 2대는 사람들의 아쉬움의 크기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마지막 기차는 옥곡역에 내려 기관사와 역장께 장미꽃 한송이를 드리는 것으로 옥곡역 마지막 승객이라는 추억을 가슴 속에 담았다.

1968년 2월부터 옥곡뿐만 아니라 광영, 태인도 등 지역 주민의 발이 되어주었던 역사(驛舍)이니, 48년간 얼마나 많은 사연과 추억이 쌓였을지 헤아리기 어렵다.

순천, 광양, 하동 등 5일장으로 떠나는 어머니들의 짐을 날라주던 고마운 기차였다. 군입대하는 친구, 형제와 눈물로 헤어지던 곳이었다. 설이나 추석이면 객지에서 고향을 찾는 형제를 마중하고 배웅했던 장소였다. 하동 백사장과 여수 오동도 등의 소풍지로 데려다 주기도하고, 인근 순천으로 통학하던 까까머리 아이들에겐 통학차를 놓치지 않으려 죽어라 달리기 한 번쯤 경험하던 곳이었다. 그 어머니들이 이제는 팔순이 넘었고, 그 아이들은 50대, 60대가 되었다.

한때 1만 여 명에 달했던 인구가 3000여 명으로 줄었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옥곡역 이용객 수는 하루 평균 20여 명으로 줄었다. 마음 한 쪽에서 밀려오는 허전함과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2. 콘서트를 계기로 옥곡역사(驛舍)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토론이 한창이다. 콘서트 준비 과정에 48년 전 역사(驛舍) 준공식 사진이며, 건널목 개통식 사진 등 빛을 보지 못한 귀중한 자료를 갖고 나온 분들이 있었다. 광양시장도 공감과 지지 표명을 해 주셨다.

옥곡역 관리권을 갖고 있는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에서는 아직까진 역사(驛舍) 활용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허물계획은 아니라고 하니 고맙고 다행스럽다.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도 지역사회와 함께 열린 토론으로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옥곡역사가 될 수 있도록 애써주면 좋겠다. 

3. 폐선된 경전선 철길 활용에 대해 의견이 나눠지고 있다.
전라남도는 경전선 폐선구간 중 <옥곡~진상>구간을 왕복 2차선 자동차 도로로 내겠다고 한다. 이미 수년전 주민공청회 등 행정절차를 밟았으며, 이제 와서 반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지역 주민들 생각은 다르다. 남도순례길 등 주민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 것을 주장한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난 50년 간 철길이 옥곡면 중심부를 관통하여 불편을 참아왔고 철길 폐선을 반겼는데, 다시 자동차 도로를 내겠다는 전남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의 설계대로라면 옥곡 중심부가 높은 성벽으로 둘로 나뉘게 된다. 또 한 가지는 철길 주변에 생태하천 복원사업(120억), 농어촌권역개발사업(80억)이 추진 중이며, 옥곡 5일장, 옥곡면민광장이 자리하고 있어 앞으로 지역의 미래에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전남도에서도 현재는 설계변경이 불가능하지만, 9월 중 시공업체가 선정되면 주민과 협의하여 실시설계 변경도 가능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혹시 시간끌기와 절차를 이유로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사라지는 것도 많고, 사라지는 속도도 매우 빠른 세상이다. 그래서 추억도 상품이 되고 문화가 된다. 시골 면단위의 조그만 역사 하나가 사라지는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추억과 기억이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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