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평생교육원장 /공학박사
갈등이란 개인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모순되는 현상이고, 갈등상태는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 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한자의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의 합성어로 한데 얽혀 있을 경우 칡이 등나무를 휘감으면 등나무가 죽고, 반대로 등나무가 칡을 감으면 칡이 죽는 성질을 갖는다. 그러므로 칡과 등은 얽혀 있을 때 서로 죽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넝쿨을 뻗어 성장한다. 이런 뜻에서 갈등은 ‘경쟁’ 또는 ‘투쟁’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집단 및 단체 간의 갈등이 자주 일어난다. 최근 영남권 신공항사업의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은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하는지 알 수 있게 한 사례였다. 

필자는 지난 3월 17일부터 4월 28일까지 7주 동안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이자 협상이론가, 갈등해결 전문가인 조상행 대표로부터 ‘공동체(조직) 갈등관리 과정’을 수강했다. 갈등 해결의 기술은 당사자들이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협상’, 당사자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제3자가 도와주는 ‘중조’, 협상이 실패하고 갈등 중인 당사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의 끈이 끊어졌을 때 중립적인 제3자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 등이 있다.

그동안 갈등은 나쁜 것이고, 제거되어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갈등은 어떠한 경우에도 좋을 수가 없으며, 만악의 근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이후로 조금 다른 주장이 등장했다. 별다른 갈등이 보고되지 않는 집단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이들이 조화롭고 평온하며 협동적이기는 하지만 정적이고 무감동하며 보수적이고 개혁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갈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 갈등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요, 집단 소속감과 응집성을 촉진하며, 욕구불만의 탈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은 도리어 혁신적이고 비판의식이 갖추어져 있으며 창의적이고 변화 지향적인 생동감 있는 집단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관리과학(Management Science)이 결합하면서 이제는 ‘갈등관리’라는 용어가 정착했으며, 갈등을 관리함과 함께 지나치게 갈등수준이 낮다 싶으면 그것을 은근히 조장할 필요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동질감이 강해 정체된 것으로 보이는 부서에 인사 담당자가 일부러 이질적인 구성원을 배치하는 식이다. 이는 적절한 갈등이 갖는 효율성과 필요성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갈등은 성질에 따라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나뉜다. 외적 갈등은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환경 사이의 갈등이고, 내적 갈등은 한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말한다. 갈등에 대처하는 유형은 문제가 있어도 없는 듯 무시해 버리는 회피형,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상대를 압도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경쟁형, 서로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협동형이 있다.

순천에서도 그동안 코스트코 유치나 LF 아울렛 입점 등으로 주민 간, 단체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이제 갈등은 관리해야 한다. 개인과 조직, 지역과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 갈등은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훈련하고, 민주시민으로서 갈등을 통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와 국가도 갈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하는 합리적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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