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디어 매체를 통한 만남이 있는 공공도서관
살아있는 우리 마을도서관


느지막한 아침,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도서관을 채운다. 유치원 4~5세 반 아이들이 도서관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와 사서의 도움으로 2층에 마련되어 있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고른 후, 사서 선생님이 읽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1층 일반 도서관에서는 신문, 잡지, 서적, 만화, 음반, 영상, 비디오게임 등 다양한 자료를 열람하고 대여 할 수 있다.

“다음 주 목요일 오후에 일러스트 작가와 아틀리에가 있어요.”

동화 일러스트 그리기, 책 쓰는 방법 등 관련 서적을 한 아름 대여한 이용자에게 사서가 귀띔을 해준다. 도서관은 매달 주제를 정해 관련된 도서와 자료를 전시하고 문화행사도 기획한다. 토요일마다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 열리는데, 지난겨울에는 자화상을 주제로 한 글쓰기 교실, 판화 교실이 열려 좋은 반응을 받았다.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도서관 복도에 정성스럽게 전시되기도 했다.

때로 도서관이 영화관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지난 10월에는 무성단편영화의 배경음악을 두 젊은 음악가가 즉석에서 연주하는 씨네-콘서트가 열려 모든 연령의 관객에게 호응을 받았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 한손에 콜라를 든 청소년, 젊은 연인, 은발의 노부부 할 것 없이 함께 흥얼거리고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바로 우리 마을도서관이다.

작은 마을 30개가 모여 하나의 행정구역을 이루는 흐동(Redon) 지역에는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 27개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주민들은 이 중 한 도서관에 등록하면 어디서든지 자료를 대여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모든 도서관에서 열리는 활동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활동은 무료이고, 재료비가 필요한 특별한 활동일 경우 소정의 참가비를 내기도 한다.

몇몇 도서관들은 지역 서점과 연계하거나 도서관 내부적으로 매달 한 번 씩 ‘독자 카페’를 열고 있다. 운영방식은 간단하다.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해 자신이 열정적으로 읽었던 책, 여름휴가 동안 읽고 싶은 책, 추천하고 싶은 책 등등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커피와 차를 마시며 나누면 된다. 관심은 있는데 말주변이 없는 게 걱정된다고? 이런 이들을 위해 한 동네도서관은 친절히 안내까지 해줬다.

“모든 참가자가 말을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차를 마시러 와도 좋아요. 우리의 첫 번째 목적은 마음을 나누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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