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서점에 들르지 않는다. 책읽는 도시를 선포한 순천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책을 서점에서 둘러보고 구하기보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구매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서점이 메인 화면에 띄워놓은 도서 안에서 읽을 책을 선택하거나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고른다. 지금은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서점과 가격 경쟁력에서 이길 수가 없다. 특히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더욱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책을 현금으로 미리 사서 팔아야 한다. 반품도 되지 않기에 팔리지 않는 책은 고스란히 자기 책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천에 작은 책방이 두 개나 생겼다. ‘그냥과 보통’과 ‘심다’. 이들은 왜 순천에 작은 책방을 차렸으며, 이 책방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그냥과 보통’과 ‘심다’는 순천에 책방을 낸 지 갓 100일이 지났다. 이들이 책방을 낸 이유는 개인적인 동기가 크다. ‘그냥과 보통’의 경우에는 무료해져가던 자신들의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심다’의 경우에는 자신의 사진 작업장을 연장하는 차원에서 책방을 냈다. 평수는 10평 남짓하고 책종은 500권이 넘지 않는 작은 책방이다. 이들은 둘다 하나 같이 책방을 통해서 ‘사람을 남기’고 싶어 한다. 책을 매개로 그들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책방을 통해서 넉넉한 수입을 올리고 있지 않지만 이들은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책방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동시에 해나가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냥과 보통’의 이로운 씨는 학생들에게 영화를 가르치고 있고, 강성호 씨는 역사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심다’의 홍승용 씨와 김주은 씨는 일주일의 이틀을 투자해가면서 도서지역에서 아이들에게 사진예술 교육을 하고 있다.  
  

▲ ‘그냥과 보통’ - 책방 풍경
▲ ‘심다’ - 책방 풍경
    
두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들은 우연하게도 공통점이 참 많다. 모두 고향이 순천이 아니라는 점, 부인이 경상도 사람이라는 점, 두 부부 모두 신혼이라는 점, 아이가 아직 없다는 점, 가게 평수가 비슷하다는 점, 심지어 서점을 오픈한 시점도 몇 주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는 공통점이 많을 것이다. 

큰 틀에서 책방을 하는 목적이나 지향점은 비슷하지만, 주인장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전공 분야에 따라 책방에 놓여져 있는 책들이 다르고, 주인장들의 생활습관에 따라 문열고 닫는 시간이 다르다. 특히 그 책방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는 책방의 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냥과 보통’은 문화의 거리 내에 있다. 책방을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 거리에 상주하고 있는 가게 주인들이 많다. 시간이 날 때 신간이 들어왔는지 자주 들르기도 하고 자신이 사고 싶은 책을 책방에 부탁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냥과 보통’은 신간을 정기적으로 주 2회 들여온다. ‘그냥과 보통’ 주인장인 강성호 씨는 아침에 2-3시간을 신간 고르는데 쓰고 있다. 그리고 서점 내에 다양한 행사도 많이 연다. 작가와의 만남, 세월호 낭독회, 원데이클래스, 소규모 상영회 등등 손님들과 함께하는 크고 작은 모임들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지인, SNS를 보고 놀러온 사람들, 문화의 거리 사람들이 서점을 방문하지만 신대지구나 다른 동네 사람들도 놀러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냥과 보통’ - 5월 베스트셀러

▲ ‘그냥과 보통’ - 책방 풍경
▲ ‘그냥과 보통’ - 매산고등학교 학생들 방문
▲ 그냥과보통 - 곽재구 시인과 함께
▲ ‘그냥과 보통’ - 사서 모임

‘심다’는 역전 시장 내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주를 비롯한 주변 시장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도 작은 책방이 있다며 자랑스러워한단다. 역전 시장 내에 자리 잡고 있다보니 ‘그냥과 보통’처럼 주변 사람들이 자주 책방을 방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장 내 상인들이 가끔 들어와서 자신을 위해 책을 사기도 하고 손자․손녀들에게 줄 책을 사기도 한다. 역전 가까이에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순천에 여행을 온 여행객들이 우연히 혹은 SNS를 보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있는 지역 주민들이 SNS를 보고 서점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곽재구 시인이나 이주한 사진작가 등의 소개로 찾는 손님들이 아직은 많다.

‘심다’는 책방 내에서 독서모임, 포토샵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였고, 책방 밖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팔마체육관에 나가 기부받은 도서를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섬학교 도서구매 지원 비용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 ‘심다’ - 책방 손님들과 함께
▲ ‘심다’ - 원데이클래스 포토샵

각자의 결은 다르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다. 우선 서점을 통해 사람들이 책을 만져보고 책을 고르는 과정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냥과 보통’에는 얼마전 매산고등학교 학생들이 책방에 견학을 와서 1시간 동안 책을 고르고 갔다. 책방에서 책을 만지고 손수 고르는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통해 책을 고르고 배송을 받는 경험에서는 느끼지 못한 묘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또 책방 주인들은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 혹은 도서관에서 접하기 어려운 책들(독립출판물)을 이 공간에서나마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혼자서 책을 출판하는 1인 출판사의 경우에는 유통의 통로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 애써 만든 책을 소개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서점들이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니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심다’의 경우 현재 일반출판물과 독립출판물의 비율이 6:4 정도이지만, 독립출판물의 비율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갓 100일이 지난 독립서점이 얼마나 순천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릴지 알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도서를 반품없는 조건으로 현금으로 주고 사야 하는 상황도 그렇고, SNS를 통한 고객 외에 지역 사회 내의 주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있다. ‘심다’는 앞으로 시장 내 상인들에게 아침마다 ‘시배달’을 할 예정이다. ‘그냥과 보통’은 ‘필사모임’ 등의 행사를 앞으로도 꾸준히 열 계획이다.

“어린 시절 책방에서 책을 샀던 경험이 그리워서 책방을 차렸다는” ‘그냥과 보통’의 강성호 씨의 꿈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고, ‘심다’가 이익을 내면 그 돈으로 나무를 심겠다는 홍승용 씨의 바람도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두 책방이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로 성장해 순천지역에 더 독립 서점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골목골목마다 책방이 있고 그 책방에 사람들이 모여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삶을 고민하는 말들이 넘쳐날 때 진정한 ‘책읽는 도시’, 순천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