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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순천을‘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순천시 도서관들의 활동이 부산하다. 유명인을 초청하여 도서관에서 강연회를 열고,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시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수백 권의 책을 할인하여 구입할 수 있게 하였고, 우수한 공무원을 뽑아 해외 연수까지 시켜주는 계획도 있다. 그러나 도서관의 부산한 움직임에 비해, 시민의 독서 활동은 활발하지 않다.

2016년도 전반기를 마감하는 현 시점에서‘책 읽는 도시, 순천’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점검을 1면에서 해보았다. 2면에서는 사람의 만남을 중시하는 작은 책방을 소개하고, 3면에서는 프랑스의 도서관 모습을 살펴보고, 순천의 독서모임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칼럼을 통해 책 읽는 도시의 본원적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모색했다. 순천 시민 모두가 책의 길을 통해 살맛나는 도시로 함께 걸어가길 기대한다.   / 순천광장신문 기획위원회




순천의 도서관에는 커다란 현수막에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의 얼굴이 나부낀다. 인문학을 강연하는 강사들의 얼굴이다. 순천 시내 곳곳에 설치된 벽보판에는 책과 관련한 강연이나 행사를 알리는 광고물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붙어있다. 길 위의 인문학, 인문독서 아카데미, 시민인문학, 생태인문학, 바른 독서법 강좌 등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또 ‘원 시티 원 북’, 시민 1인당 15권 책 읽기, 책 읽는 학교 사업, 북스타트 프로그램, 작가 초청 청소년 인문학 강좌 등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그러나 도서관의 노력과 많은 강연, 홍보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시민은 해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실례로 순천 시내 도서관에서 대출된 책은 2014년 약 170만 권이었는데, 2015년에는 약 157만 권으로 줄어들었다.

 
 
 

2014년부터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고자 추진한 ‘책 읽는 도시’ 프로그램은 시민의 문화 역량을 드높이고 있는가? 매년 5억 원의 도서를 구입하고, 수많은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0여 명의 직원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시민과 가까워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책 읽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한 첫걸음이 필요한 때다.

먼저 도서관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도서관은 조용히 혼자 책을 보는 곳에서 ‘배움을 나누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의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고 구둣발 소리조차 거슬리던 정숙의 공간은 이제 자유롭고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배움을 나누고, 상호 관계의 성숙을 통해 꿈을 이루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미국 포트리 도서관의 예는 도서관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읽기 친구’라는 프로그램은 중고등 학생이 초등 저학년 학생의 읽기를 도와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책을 읽어줌으로써 청소년은 어린이들의 멘토로 성장하고, 어린이들은 책에 대한 친근감과 읽기 능력을 향상하는 동반 성장 프로그램이다. 또 ‘바퀴 달린 책’이라는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들이 고령자나 장애인에게 책이나 시디, 비디오 등을 배달하고 수거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발전시키는 공간이며, 단지 책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가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람 교류 공간으로 변해야
전문성 있는 사서 확충 필요
동네의 작은 도서관 지원 확대

‘책 읽는 도시, 순천’이란 프로그램이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 위주는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순천이 명실상부한 책 읽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과 시민의 만남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책에 이야기가 쓰여 있듯, 사람은 각자 그 나름의 고유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사람만큼 사람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러므로 시민과 시민이 책을 매개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야기 공동체’를 꾸리는 것이 도서관의 새로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도서관 사람들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책 읽는 도시, 순천’ 사업은 시청 내 [도서관운영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운영과]에는 과장 1명, 계장 9명, 사서 12명 등 총 93명이 근무한다. 그런데 잦은 인사이동으로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더구나 시민을 직접 대하는 분야에는 파트타임 25명, 기간제 인력 14명, 공익요원 11명 등 비정규직이 62명으로 약 70%에 이른다. 비정규직은 자신의 위치가 불안정하기에 전문성을 온전하게 갖출 수 없으며, 미래가 불안정하므로 현실의 사업에 집중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서의 확충 등 인력 배치의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김모 사서는 ‘도서관 하나에 사서가 1~2명에 불과하다. 도서관마다 사서 한 명씩만 더 있어도 좋겠다.’며 힘들어했다.

한 예로 ‘원 시티 원 북’ 사업은 올해로 13회 째다. 그런데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하고도 3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이 1~2년 마다 계속 바뀌기 때문에 성과가 축적되지 않는다. 1년 뒤에는 다른 부서로 옮기는 데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원 시티 원 북’ 사업을 통해 책을 읽는 사람이 대략 3천 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책을 읽고 초중고 독후감 대회를 열면 3만 명 정도가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똑같이 저자를 초청하여 강연 한 번 듣는 것으로 사업은 종결되고 만다.

세 번째로 작은 도서관을 동네 사랑방으로 만들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년 이소이 요시미쓰씨는 오사카의 작은 사무실을 개조하여 ‘마찌 라이브러리’, 동네도서관을 만들었다. 이후 10평 안팎의 작은 도서관이 수백 개소가 만들어졌다. 이 동네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는 장소였다. 심지어 책 한 권 없이 도서관을 연 곳도 있다. 자신이 읽은 책을 들고 와서 생각을 말하고 대화하고 교류하는 공간이었다. 동네도서관은 현실의 삭막함, 외로움, 단절감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감 등을 몰아내고, 신뢰와 친밀의 공간이 되었다. 이소이씨는 ‘큰 냄비를 사용한다고 맛있는 카레를 끓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작은 동네도서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순천에 있는 58개의 작은 도서관을 동네 사랑방과 같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는 공간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 도서관 도서구입비로 연간 5억 원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구입한 책의 일부는 한 번도 안 보고 창고에 쌓인다. 구입 도서 선정과 폐기되는 책의 활용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민 대상 강연을 하는 [평생학습과]와 [도서관운영과]는 내용과 형식을 상호 조율하여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1년에 6만 종, 하루 200권에 가까운 신간이 나온다. 좋은 책을 선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추천권력’의 불순한 의도는 없는지 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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